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재건축 단지로 쏠리고 있다. 목동과 여의도 등 지역 내 재건축 대표 단지는 토허제 재지정 이후 서울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 중이다. 목동과 여의도 외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지역 내 주요 재건축 단지 손바뀜이 빨라지면서 재건축 단지 위주의 상승세가 재현될 조짐도 보인다. 전문가는 이들 지역 아파트 몸값이 강남 아파트 대비 저평가된 만큼 실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통계 분석 결과 토허제 재시행 이후(3월 24일~4월 15일 기준)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단지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 단지로 집계됐다. 이날 누적 기준으로 1단지는 12건, 5단지는 11건 거래돼 서울 전체 거래량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어서 11단지는 11건, 14단지는 10건이 거래돼 그 뒤를 이었다. 9단지와 4단지도 각각 8건과 7건이 거래돼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목동신시가지 단지는 아파트값 상승세도 매섭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1단지 전용면적 98㎡는 2일 24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같은 평형은 1월 22억6000만 원에 거래됐고, 지난달 21일에도 23억 원 수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1억4000만 원 오른 수준이다.
또 목동신시가지 9단지 전용 53㎡는 3일 14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이는 집값이 급등기였던 2022년 1월 실거래가 14억4500만 원보다 비싸다. 해당 평형 역시 지난해 12월 13억70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달 14억 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5000만~8000만 원 올라 몸값 고공행진 중이다.
목동 뿐만 아니라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 역시 몸값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아실 통계에 따르면 토허제 재지정 이후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5건, 미성아파트는 3건씩 거래됐다. 거래량이 늘면서 아파트값도 강세다. 시범 전용 79㎡는 1일 최고가인 25억 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평형은 지난달까지 최고 23억5000만 원 선에서 거래됐는데 토허제 시행 후 1억5000만 원 오른 것이다.
목동과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재건축 단지가 지역 내 거래량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토허제 시행 후 노원구에선 상계주공 3단지와 6단지가 각각 4건과 5건씩 거래됐다. 상계주공 3단지는 1987년, 6단지는 1988년 각각 준공돼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겼으며 재건축 논의가 한창이다. 도봉구에서도 1986년 지어져 현재 재건축 관련 주민 공람을 진행 중인 ‘방학신동아1단지’가 6건으로 가장 많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급감하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재건축 단지 수요가 꾸준한 것은 실거주에 장기 투자까지 고려한 실수요자의 선택이 이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주간 매수우위지수’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달 10일 69.37까지 올랐다가 줄곧 하락해 지난달 31일 기준 53.11까지 내리는 등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이 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매도자가 더 많음을 뜻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3구가 아닌 이들 지역에 수요가 쏠린 것은 상대적으로 강남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이후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까지 고려해 강남 진입까지 염두에 둔 실거주에 기반을 둔 투자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또 “서울 내 새 아파트 공급이 가장 부족한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때 가장 강력한 선택지는 재건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투자세는 재건축 단지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