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철강·화학…현지생산서 해결책 찾나 [공급망 전쟁의 서막③]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에서 외쳤던 ‘너는 해고야(You are fired)’가 현실이 됐다. 확성기로 경고만 날리던 ‘관세 부과’가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제 ‘발사(fire)’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놓고 ‘뒤집힌(inverted) 세계’라고 표현했다. 뒤집힌 세계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갈등,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한국기업들은 관세발(發) 공급망 전쟁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렸다. 공급망은 인증과 같은 절차적인 부분을 새롭게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재편이 쉽지 않다. 생산라인 구축 등에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집행된다. 본지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기업들의 공급망 현주소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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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제공=LG화학)

中 저가 공세·환경규제 강화로 어려움
먼저 매 맞은 철강…美 투자 고심
직접적 타격은 없다지만
석화업계도 현지 생산 증대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에 속도를 내며 가뜩이나 어려운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미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하지만 관세 부과 영향을 섣불리 결론 내리기 어려워 생산지 재조정 등의 검토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지난달 12일부터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철강업계는 2일(현지시간) 발표된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빠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한 상태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후 본격화된 글로벌 통상전쟁 외에도 수년간 중국 등 해외 저가 철강제품의 수입 증가,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환경 규제 강화,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려왔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해 탄소 배출량에 따라 수입 철강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CBAM이 시행되면 EU로 철강을 수출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은 추가 비용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철강업체들은 현지 생산으로 관세 장벽을 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8조 원을 들여 제철소를 지을 계획이다. 포스코는 미국 현지에 ‘상공정’ 시설 투자를 고민 중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철강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서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미국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품목별 수출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화업계에 관세 부과로 치명타를 맞았다. 중국 및 중동발 증설이 지속되고 있어 공급 과잉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국내외 수요 부진도 겹친 상황이다.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물량이 아시아 시장에 풀리며 공급과잉이 심화될 수 있다.

또 그동안 우회 수출 거점으로 활용했던 베트남, 인도에도 각각 46%, 26%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해당 지역에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은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효성은 첨단소재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PET T/C)를 베트남에서 100% 생산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베트남에 생산 공장이 있다.

반면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 내 생산 확대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물량이 전체 물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한국 수출 물량에 관세가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 생산기지 가동률을 높이는 등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협회에 따르면 관세부과로 인한 한국의 화학 중간재 수출 민감도는 관세 +10%포인트(p)당 수요 감소 -0.9%p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환경이 긍정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증산 결정으로 나프타 가격 하락, 원가 부담이 완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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