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및 트럼프 관세 기회요인으로 주목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 공세로 침체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상반기 바닥을 다질 전망이다. 3사의 미국 현지 생산체계 구축이 본격화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기회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잠정 매출 6조2650억 원, 영업이익 3747억 원을 달성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2.9% 감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은 4577억 원이다.
일부 완성차 고객사의 재고 조정 여파,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계절적 비수기 진입에 따라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환율 상승 효과와 예상보다 견조한 출하량 등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또 ESS 및 완성차 업체(OEM)에 공급하는 일부 샘플 제공에 따른 출하량 발생, 지난해 4분기 일부 불용 재고 처리 등 일회성 요인 제거 등에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
반면 삼성SDI와 SK온은 올해 1분기 적자가 유력하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예상한 삼성SDI의 영업손실액은 3386억 원이다. BMW 등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 여파가 컸다. SK온도 고정비 부담과 판매 가격 하락 등으로 3000억 원대 적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다만 올해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생산체계 구축을 본격화하며 IRA 수혜 확대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기차 후퇴 정책을 공식화했지만 당장 IRA 관련 산업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IRA 폐지는 의회 통과 사안인 데다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 등이 고려될 수밖에 없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국 내 7개의 공장을 건설·운영 중이며, 장기적으로 차별화된 현지 생산능력이란 강점이 극대화되는 ‘선진입 효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온은 조지아 공장 내 생산 라인 일부를 현대차그룹용으로 전환,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의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인디애나주에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북미 직접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올해부터 해당 공장에서 발생하는 AMPC가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 제너럴모터스(GM) 합작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3사가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고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다. 각국이 관세 장벽을 쌓을 경우 경기 자체가 위축될 우려가 있고, 대부분 소재사는 아직 공장 건설 단계이기 때문이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외 거점에서 조립된 전기차 관세 부과에 따른 소비자가격 변화와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양극재 및 기타 소재는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돼 타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