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는 참여 안했다”
취임 2개월 만에 사임 고려 소문도
나바로 고문·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관세정책 주도
베선트 장관에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가 있기 수주 전부터 헤지펀드 매니저와 재무 임원들의 연락이 쇄도했다. 시장 충격 등을 경고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었다. 베선트 장관은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최고경영자(CEO)이자 월가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오른팔’로 명성을 크게 얻었던 만큼 트럼프 정부 내에서 월가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관세에서는 핵심 결정권자가 아니었다. 이 소식통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관세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독차지했다”면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팀의 필수적인 일원”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베선트 장관은 관세 수준에 따라 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떨지를 분석하는 역할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베선트 장관도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행정부의 세제에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개적인 반대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내수 중심의 세금 정책에 집중했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한 마디로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정부 ‘실세’인 줄 알았는데 ‘들러리’에 불과했던 셈이다. 심지어 베선트 장관 사임설도 돌고 있다. 월가 임원 출신으로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 MSNBC의 진행자인 스테파니 룰은 전날 “베선트 장관이 취임한 지 두 달 남짓 만에 사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내 소식통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겉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은 베선트와 전혀 가깝지 않고 그의 말을 듣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교로 기대했던 베선트 장관의 존재감이 기대에 못 미치자, 월가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수십 년 간 국제무역을 통해 이익을 취해온 월가와 충돌한다.
사모펀드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기업공개(IPO)가 다시 활발해지고 부유층 고객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가 이어지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트럼프 관세 충격에서 어떻게 버틸지 고민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친시장 정책을 통한 경제 고성장을 예상했던 주요 은행들도 기대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감지됐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상원의원 4명이 ‘새로운 관세를 시행할 경우 60일 이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상정 권한을 가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존 툰은 “당이 월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계획이 빠르게 성과를 내길 바란다”며 은근히 정부를 압박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