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지고 'RE100' 집중?…'백년지대계' 에너지 정책 운명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윤석열 정부 '원전 르네상스'→차기 정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이재명 대표, 과거 문 정부 기조 유지에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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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파면으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생사기로에 놓인 가운데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에너지정책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원자력발전 기조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에서 윤 정부 '원전 르네상스'로 180도 달라진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특히 윤 정부가 'RE100(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을 대신해 원전이 핵심인 'CFE(무탄소 에너지·Carbon Free Energy)'의 글로벌 확산을 주도했기 때문에 향후 탄소중립을 대하는 정부 기조 변화도 중요 체크포인트다.

최근 10년 사이 에너지 정책의 변화는 숨 가쁘게 이뤄져 왔다. 국가안보는 물론, 경제성에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성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뤄져야 할 에너지 정책은 두 번의 정권교체를 겪으면서 정치 힘 싸움에 사로잡혀 갈피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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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부산시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를 방문하고,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문 정부의 탈원전이 시작이다. 이전 박근혜 정부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내세운 '에너지믹스'를 주장했다면, 문 정부는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원전도 추가로 건설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불거진 원전 사고의 우려를 반영해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 것이다.

문제는 신규 원전 건설을 포기하거나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막는 것에서 나아가, 이미 건설 중이었던 원전마저 멈춰 세우면서 산업 및 에너지 업계의 질타는 물론, 야당의 주력 공격 포인트가 됐다. 이는 결국 윤 정부로의 정권 교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윤 정부는 '원전 르네상스'를 내세웠다.

원전 확대는 탄소중립 달성은 물론,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비를 낮춰 적자를 해소하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줄일 수 있으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 문제도 해결할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에너지 안보 이슈도 원전 확대의 필요성을 키웠다. 하지만 역시 문 정부 에너지정책과의 차별화가 핵심이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3.4%에 그쳤으나, 원전 부흥 정책 시행으로 윤 정부 첫해인 2022년 29.6%로 대폭 늘었고, 2023년에는 30.68%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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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특히 윤 정부는 RE100을 대신해 CFE 확산에 열을 올렸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됐다. RE100에서 말하는 재생에너지는 석유·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이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를 직접 만들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서 쓰면 된다.

반면, 윤 정부는 국내 여건상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약이 큰 만큼 기업에 부담을 주는 RE100 대신 CFE 국제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RE100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데 비해 CFE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전과 수소 등을 통한 전력도 포함한다.

특히 원전 분야에서 RE100과 CFE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CFE에서는 원전을 무탄소 에너지로 보는 반면, RE100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확보,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원전을 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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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CF연합 회장이 2023년 10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F연합 출범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윤 정부는 2023년 10월 민간 중심의 CF 연합을 구성해 RE100을 대신할 CFE의 국제 확산을 주도했다.

CF 연합은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한 한국의 실정을 고려하면 'RE100'보다 'CFE'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고전력 산업 비중이 큰 한국경제 특성상 RE100만을 고집해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했다.

이제 관심은 다음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다. 탈원전과 친원전 사이에서 널뛰기를 해온 에너지 정책은 차기 정부의 성향에 따라 원전 확대 정책의 유지 또는 축소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민의힘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정책은 윤 정부의 큰 그림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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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돼 정권이 교체된다면 다시 탈원전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더 이상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는 강조한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에너지 자립과 안보를 천명한 바 있고, SMR(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 예산도 인정하는 등 더 이상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적절히 배합한 '에너지 믹스'로 '중도보수'의 지지를 받는다는 전략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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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

보수와 진보 중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권 변화에 따른 에너지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권 성향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급변하면 산업 성장을 막는 것은 물론, 에너지 수급의 불안도 불러올 수 있다"라며 "특히, 원전 정책은 그 자체만으로 인허가는 물론 투자 유치, 기술개발 등 긴 시간에 걸쳐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들어설 정부는 국가 경쟁력 근간인 에너지 분야를 더 이상 정쟁거리로 삼지 말고, 긴 호흡을 바탕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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