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올해 업무보고서 비대면진료 제도화 강력 추진 시사
현행 의료법상 비대면진료는 심각 단계 이상의 감염병 위기에서만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18대 국회부터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제도화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13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면진료를 정식 제도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더불어민주당도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담은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진료는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이용해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하지 않고 하는 진료를 말한다.
지난달 21일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은 비대면진료의 상시적 허용이다. 감염병 확산 여부와 관계없이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무분별한 비대면진료를 막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비대면진료만 전문으로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 발의 이유와 관련 최 의원은 “비대면진료는 의료기관의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이 편리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앞서 18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차례 비대면진료 제도화 내용을 담은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1대 국회도 6개의 비대면진료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종료로 자동폐기됐다.
현 정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2024년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비대면진료 관련 법·제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여 과감한 규제 혁신과 함께 비대면진료 제도화 조속한 추진을 선언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행 주체인 의사, 약사 단체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면진료 원칙에 보조적 수단으로만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대면진료 과잉 처방으로 인해 의료시장 왜곡 우려를 지속해서 주장해 왔다. 국내에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 남용 문제 등 각종 부작용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도 의약품 오배송과 배송비 문제, 사후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 및 의약품 배송을 반대하고 있다.
의약계 반대 외에도 비대면진료 제도화에는 걸림돌이 많다. 무분별한 의약품 처방이나 의료사고에 대한 불명확한 책임소재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도화는 또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 2025년 새해 주요 업무보고에서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진료 제도화 추진을 예고했다. 지난해 복지부 업무 계획에도 비대면진료 관련 내용이 포함됐지만,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의정갈등이 심화하면서 논의가 중단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의정갈등이 시작된 작년 2월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현재는 시범사업 형태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 모두 초·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비대면진료를 어떻게 정의하고 참여 대상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안은 없는 상태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사실상 5년 이상 전면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이미 국민 의료서비스로 자리 잡았으나 여태껏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비대면진료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