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부터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제도화 감감 [갈림길에 선 비대면진료①]

OECD 회원국 중 한국만 비대면진료 허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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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가 비대면진료 빗장을 풀었다. 한국은 30여 년 전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제도화하지 못했다. 비대면진료에 대해 안전성·유효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대 측 의견과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 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의 비대면진료 역사는 1988년 ‘원격영상진단’ 시범사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낮은 의료서비스의 질, 환자 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도입이 불발됐다.

상황은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변했다. 정부는 2020년 2월 △의료접근성 제고 △편의성 도모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2023년 1월까지 약 3년간 1379만 명이 총 3661만 건의 비대면진료를 이용했다. 특히 고령층과 만성·경증질환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에 대한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높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비대면진료에 만족한다’가 62.3%, ‘향후 비대면진료 활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87.9%로 전반적인 이용 만족도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는 동안 비대면진료에 따른 심각한 의료사고도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한시적 비대면진료 성과를 바탕으로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비대면진료 도입은 지난해 의정갈등을 계기로 또다시 급물살을 탔다. 정부가 작년 2월 시범사업을 전면 허용해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2024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40만 건의 비대면진료가 시행됐고,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는 약 680만 명에 달했다. 특히 2024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월별 진료 요청건수는 8만177건에서 18만9946건으로 137% 증가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는 5년 이상 경과했음에도 여전히 시범사업이라는 한시적 제도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며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지연되며 개별 기업이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 도입 사례와도 차이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대면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현재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성장했고 일본도 의약품 배송까지 허용하는 등 원격의료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높아 비대면진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는 18회다. 이는 2022년 OECD 회원국 평균 외래진료 이용횟수 6.4회에 2.8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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