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14곳 순자본비율 뚝
부실 '현재진행형'…부담 확대
‘순자본비율(NCR) 산정기준 정교화’, ‘분양률·대손충당금에 따라 위험값 차등 적용’, ‘토지신탁 위험액 한도 도입’, ‘책임준공 의무 확대’ 지난 1월 2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토지신탁 사업 내실화를 위한 금융투자업규정 변경 예고다. 지난달 4일까지 이 같은 변경 예고를 했고, 다음 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오는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7일 신탁업계 관계자들은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 경기 악화와 부동산 침체 흐름을 봤을 때 이번 개정안이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탁사의 재무부담이 증가하고, 리스크가 높은 PF 참여가 줄어들면 부동산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산정 기준 변경에 따른 NCR 하락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개선안 적용시 NCR은 379%로 지난해 9월 기준 업계 평균인 525%에서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규제 비율인 150%를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신탁사들의 NCR 하락세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신탁사 14곳 중 유상증자로 자본을 수혈한 KB부동산신탁(517.50%→1393.80%)과 우리자산신탁(1284.26%→4057.29%)을 제외한 나머지 12곳은 2023년 말 대비 NCR이 모두 추락했다. 신한자산신탁은 926.76%에서 519.14%로 약 407.62%포인트(p) 급감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NCR은 각각 269.1%, 284%로 규제비율(150%)을 소폭 웃도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무궁화신탁의 NCR은 마이너스(-) 195.56%로 나타났다. 하반기에 추가 부실이 발생하고 변경된 산정 기준을 적용하면 신탁사의 NCR이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상증자로 NCR을 1000% 이상으로 올려 놓은 신탁사도 맘을 놓을 수 없다. A 신탁사는 “당국 개정안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 1000%를 넘는 NCR이 300%로 대폭 줄어들었다”라며 “재무 건전성이 탄탄한 신탁사도 ‘반의 반 토막’이 나고 있는데, 현재 NCR이 500%도 안 되는 곳들은 150%를 절대 넘길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신탁사는 “7월부터 도입한다고 해도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라며 “기존에 신탁사들이 진행 중인 사업이 굉장히 많은데 공정 지연 사업장이 많을 경우 실제 위험액이 이론값보다 크게 발생할 수 있어 신탁사 손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