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고 있어요, 도와주세요"…전문가 "산불, 50㎜ 큰 비 없으면 대책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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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강풍에 날아온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이 다 죽어가고 있어요. 마을이 다 타고 있어요. 정말로 도와주세요.”

바람이 태풍급으로 강하게 불면서 대형 산불은 계속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절박함이 전해졌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주민 정근수 씨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물품들이 너무 부족하다. 염치없지만 도와달라. 식사라든지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정 씨에 따르면 마을은 이미 한 차례 전소됐지만 불씨가 되살아나며 다시 확산하고 있다. 그는 “다 끝난 줄 알고 잔불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타지 않았던 부분이 거꾸로 타들어오고 있다”며 "지원이 온다고 하는데, 불이 나는 건 기다려주지 않는다. 불이 3분 만에 20km까지 확산된다”고 속수무책인 현실을 토로했다.

산불 확산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 씨는 “불이 산을 뛰어넘듯 번졌다. ‘저기 불이 있네’ 하는 순간, 벌써 다음 산까지 넘어가 있었다. 흔히 말하는 도깨비불보다 더한 속도였다”고 했다.

주민 대피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두 차례의 대피 명령에도 불이 마을까지 오지 않을 것이라며 남아있으려 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일일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설득하고, 강제로 차에 태워 피신시켰다"며 "몇 분은 결국 피신하지 못해 화상을 입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유튜브 인터뷰에서 물품 부족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저도 전 재산이 다 날아갔다. 생활 터전이 다 사라졌지만, 주민들이 살아야 하니까 도와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산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남서풍이 불면 산불이 동쪽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다음 주 북서풍이 불 때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불은 한 달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황 소장은 이번 산불이 동해까지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22년 울진 산불 지역이 방화선 역할을 하겠지만, 영덕을 넘어 울진까지 불이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소장은 "정부에서 희망 고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50mm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절대 끄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 이유로는 "현장에 투입될 인원이 제한적이고, 산불 진화대는 교대 근무가 안된다. 이들이 지쳐서 산에 올라가기도 버거운 상태"라며 "어제 헬기가 떨어지면서 기장들도 위축된 상황이고, 연무가 너무 깔려 항공 진화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결국 큰 비가 오지 않으면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며 "습도가 높은 오늘 기회를 놓지면 거의 (대책이) 묘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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