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제약·바이오, ESG 경영이 글로벌 경쟁력

원본보기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과 ESG 경영은 어느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 잡았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지표다. 재무적 지표 외에 비재무적 리스크까지 점검하고자 하는 투자 관점까지 맞물리면서 ESG 경영의 중요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일찌감치 ESG 경영에 손을 뻗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먼저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환경(E) 영역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대표적이다. 스위스의 로슈는 2004년부터 탄소 감축에 나서 배출량을 67% 절감하고, 2045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잘 알려진 노보 노디스크는 2020년에 6만 개에 달하는 모든 직접 공급사들이 2030년까지 재생 전력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환자의 건강한 삶에 녹색 성장을 연계한 기업도 있다. GSK는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DPD)에 쓰이는 흡입기 치료제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제품 개발을 연구하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조 분말 흡입기(DPI) 사용을 권장한다.

질병 예방과 치료를 통해 인류의 건강을 개선한다는 사회적 임무를 지닌 만큼 사회(S) 영역에서도 적극적이다. 저소득국가 환자들을 위한 비영리 의약품 프로그램을 운영해 말라리아, 한센병 치료제 등을 공급하는 노바티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자사는 물론 공급망 내 기업들의 환경안전, 인권, 품질관리 등 다양한 항목을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하며 지배구조(G) 영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ESG 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제약·바이오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RE100’에 가입했으며, 글로벌 지속가능성 조사기관 에코바디스(EcoVadis)의 ESG 평가에서는 상위 1% 기업에만 부여되는 최고 등급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의 ESG 경영은 아직 글로벌 기준에 한 발 뒤처져 있다. 한국ESG기준원이 공개한 2024년 ESG 평가에서 상위 등급인 A·A+를 획득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25개사로, 아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ESG 경영을 내재화해야 한다. 이들 국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ESG 요건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국내 기업들도 반사이익 대신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지난해 7월 발효한 공급망 실사지침에 따라 EU 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실사와 정보공개 책임을 진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공급망의 위험 요인을 가려내고자 협력사들에 더욱 강력한 ESG 활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규제 대응 중심의 ESG 전략에서 한발 나아갈 때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