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어수선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빅배스'(대규모 손실 반영)로 부실을 털어낸 뒤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연이은 사고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실적 개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온 주우정 대표이사는 '청사진'은 꺼내지 못하고 거듭 고개만 숙이고 있다.
2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현대엔지니어링 충남 아산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작업 중 숨졌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에서 발생한 3번째 사망사고다. 첫 사고부터 따지면 불과 한 달 새에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25일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났고 이달 10일에는 경기도 평택 아파트 신축 공사 중 근로자가 추락하는 일이 있었다.
안성 사고는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나머지 두 곳의 사상자 발생은 전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평택에서는 지상에 내린 갱폼(건물 외부 벽체에 설치하는 대형 거푸집)의 고리를 푸는 작업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타워크레인이 위로 움직이면서 사고가 났다. 아산에서는 근로자가 달비계(건물 외벽 작업용 간이의자)를 사용해 작업하다 이탈해 안전벨트에 매달린 상태가 됐고 지상에 내려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당시 근로자는 공중에서부터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이나 책임을 떠나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면서 어수선함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안성 사고와 관련해 현대엔지니어링을 압수수색했고 현장 관계자를 입건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관해 들여다보는 중이다.
또 노동부는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전국 건설 현장의 30%에 해당하는 25곳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기획 감독을 추가 실시하기로 했다. 안성 사고 이후에도 현장 22곳을 기획 감독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평택 사고 직후 자체적으로 전국 공사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때문에 주 대표는 사고 수습에 집중 수밖에 없다. 주 대표는 경영전략이나 방향 등에 관한 언급 대신 사과만 반복하고 있다.
주 대표는 안성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고 그 이틀 뒤에도 사고 관련 언론 브리핑에 직접 나와 같은 말을 했다.
이달 13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불려 나왔다. 당시 주 대표는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재시공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인 주 대표가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 모습과 다르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주 대표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재무개선과 기업공개(IPO)를 위해 전략적으로 배치됐다는 해석이 많았고 이 부분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최근 몇 년간 평균 3%였던 영업이익률을 5%에 달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가능한 올해 실적 목표를 제시하고, 주 대표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주택사업을 축소하거나 접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이 알려지는 등 체질개선 총력전에 나서는 듯했다.
그렇지만 사고가 이어지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재무 개선은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붕괴한 부분에 대한 복구공사, 피해자나 그 가족에 대한 지원, 사고 또는 안전점검을 위한 공사 중단 모두 예상치 못한 비용을 늘린다. 안성 사고와 관련해 재시공에 들어가야 한다면 그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수주 경쟁력 저하도 불가피하다.
탄탄한 실적·재무 구조와 뛰어난 사업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최근의 증시 상황에서 IPO는 현실이 되기 어렵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복된 사고가 현대엔지니어링에 특별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악재가 쌓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