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2025년 경제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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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옷차림은 가벼워졌고, 길가에 새싹도 보이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알림에 마스크를 챙기면서 동시에 봄이 다시 왔음을 체감한다.

작년 겨울은 혹독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몰고 온 한파는 더 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생소한 표현은 경제 정책과 진단의 문장 사이 사이에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로 발생할 수 있는 대외 경제변화를 만반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과 앞다퉈 단락에 새겨졌다.

겨울 내내 정치와 경제 언어는 직선적으로 나왔다. 생계도, 경영도 팍팍해진 경제 주체들이 정치인, 경제인들이 내뱉는 말의 숨은 의미까지 찾기 버거울 것이란 약점을 파고든 듯했다. 그래서인지 공직 사회의 ‘행간을 읽어야 하는’ 중의적인 표현은 찾기 어려웠다. 직관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은 난무해졌고, 당장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쪽으로만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만연해졌다. 칼바람이 정신없이 부는 상황에서 온기를 함께할 여유는 없었다.

올해도 봄은 왔다. 시작을 알리는 계절만큼 경제도 정치만큼 앞을 내다봐야 할 때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와 동시에 경제 불확실성을 타개해 나가야 할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당장 다음 달에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은 우리 경제가 대응해야 할 중요 과제다.

한국은행도 통상환경 변화에 대해 “낙관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 비관시나리오를 적용하면 1.4%로 떨어진다. 4월에 미국이 공개할 상호 관세 내용에 따라 시나리오도 수정할지 관심사다.

한은은 경제 전망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은 2분기 이후에 줄어들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가 고용 및 경제심리 위축, 가계 소득개선 약화를 통해 향후 민간소비 회복을 지속적으로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심리를 위축시킬 요소들은 곳곳에 남아있다.

한은은 경제 상방요인으로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및 경제심리 회복, 예상보다 빠른 AI 반도체 상용화 확산을 꼽았다. 반대로 하방요인으로는 주요국 통상갈등 격화, 글로벌 긴축기조 완화 지연, 반도체 수출여건 악화를 짚었다.

경제 앞에 놓인 고차원 방정식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야할 때다. 숫자가 딱 떨어지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 주체자, 정책 입안자, 정책 결정권자 모두의 지혜가 어우러져야 할 때다. 직역(職域) 이기주의는 내려놓고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입장을 수용하고 자세가 여느 때보다 절실할 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각자가 자기 이해가 있어서 조율하기 어렵다는 것은 팩트다. 다만 그럴 때 어떻게 조율하느냐는 것은 큰 고민”이라고 언급했다. ‘이해를 조화시키는 것’을 정치의 역할임을 당부하면서 건넨 말이다.

봄을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고 부른다. 견해가 달라서, 또는 어쩌면 이유도 모르고 상대방을 향해 힐난했던 시간을 더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 경제주체들의 어떠한 결정에 이르게 하는 생각, 말, 행동들이 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방법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모여야 할 때다. 비난보다 건전한 비판을, 무시보다 수용이 익숙해지는 연습을 다시 해야 한다. 혹독한 한파가 지나도 봄은 온다. 2025년, 경제의 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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