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L파트너스의 거흥건설 파산신청 등
사모펀드 손 거쳐 쪽박난 기업 많아
기업 어려워지면 지원 대신 손실 최소화
갑작스런 꼬리자르기 반복 가능성 높아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하면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투자 실패와 ‘먹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올해로 국내 도입 20주년을 맞는 사모펀드는 어려운 기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다. 경영이 악화한 우량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높여 되파는 선순환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단기 수익 극대화에 쫓겨 무리하게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 건성을 해치거나 기존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까지 일으키는 등 물의를 빚었다.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채무 조정을 시도하는 무책임한 경영 행태도 반복되고 있다. 제2의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실패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MBK가 최대주주인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틀 뒤인 6일에는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거흥산업이 법원에 법인 파산을 신청했다. JKL파트너스는 2016년 특수목적법인(SPC) 거흥지주(유)를 통해 거흥산업 최대주주인 이규석 대표 보유 지분 중 70%를 560억 원에 인수했다. 2022년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본격화하고 건설업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파산했다.
법정관리나 파산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사모펀드가 인수해 경영난에 허덕이는 사례는 즐비하다. MBK가 2013년에 인수한 네파는 인수당시 당기순이익 1052억 원에 달하는 건실한 기업이었다. 인수 후 2023년 당기순손실 105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1조 원에 달하는 인수대금 중 4800억 원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면서 네파에 매년 200억~300억 원 대의 이자 부담을 전가했다. MBK 인수 후 네파가 10년 동안 부담한 금융비용(이자 비용)만 2700억 원에 달한다.
MBK가 최대주주인 롯데카드의 상황도 좋지 않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642억 원으로 전년(3748억 원) 대비 56.2% 감소했다.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는 2022년 7월에 VIG파트너스로부터 바디프랜드를 인수했다. 이후 양 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인수 이듬해인 2023년 이 회사는 6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한앤컴퍼니는 2020년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옛 대한항공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사업)을 9900억 원에 인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수요 회복 지연, 낮은 수익성, 시장의 무관심이 겹쳐 아직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앤컴퍼니는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는 2023년 매출 5093억 원, 영업이익 664억 원, 지난해 매출 6239억 원, 영업이익 923억 을 기록 하는 등 수익성을 회복 중이다.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증자나 다른 형태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버틴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짧은 기간 내에 기업가치를 높여 엑시트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이 어려워지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고가 매각이나 기업공개(IPO) 등으로 엑시트가 어려워지면 법정관리 등의 꼬리자르기로 방향을 틀 유인이 높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는 부채를 통해 매입자금을 확보하는 차입매수(LBO) 형태가 많아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며 “영업자산 매각이 영업력 약화로 이어지면 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실패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기업인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경영이 필요하고, 현재 추진 중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