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ㆍMBK, 지분 앞세워 경영권 장악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MBK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임시 주총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임시 주총 안건 상정될 안건은 집중투표제다. 이는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 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별관계인 53명을 보유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유리한 제도여서 이번 임시 주총에서 적용됐다면 MBK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를 했던 지난해 12월 10일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상법 제382조의2 제1항 규정을 위반했다는 뜻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지난해 12월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유미개발은 고려아연에 대해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를 전제로 한 집중투표를 청구했다. 이사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정관변경안과 집중투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을 추가했다.
이에 영풍 측은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려면 고려아연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사전에 허용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을 냈다.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어려워지면서 이번 주총의 승부는 사실상 영풍 연합에 기울게 됐다. 이들은 고려아연 지분 40.97%를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약 46.7%에 달한다.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지지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과반에 가까운 의결권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자체 지분(20.4%)과 현대차, 한화 등 우호지분을 합쳐 39.5%로 이에 못 미친다.
영풍 연합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후보 14명을 대거 추천하며 이사회 재구성을 목표로 세웠다. 집중투표제가 배제되면서 후보자 전원을 선임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은 경영권 유지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은 항고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경영권 방어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10% 내외로 추정되는 소수주주 대부분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줘야만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은 새 이사회를 꾸려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세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3월 정기주총까지 양측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