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랠리’ 조정에 저가 매수세 유입
저가형 신차 출시·FSD 사업 육성 호재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테슬라 주식과 간접투자 상품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코스콤ETF체크에 따르면 1월 2~10일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 주식을 3억7862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서학개미가 글로벌 증시에서 해당 기간 가장 많이 산 주식이다. 뒤이어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상장지수펀드(ETF)를 많이 매입했다. 이 ETF는 테슬라 하루치 주가를 정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서학개미의 동기간 매입액은 2억8515억 달러어치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도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로 64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코스피와 S&P500, 나스닥 지수 등 한국·미국 지수형과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을 제외하고 국내외 단일 종목 ETF로는 가장 많은 유동성을 흡수했다.
테슬라는 새해를 맞아 ‘서학개미 왕좌’를 탈환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주식 보관금액 1위 자리를 엔비디아에 내줬다. 지난해 초 종가 기준 253.18달러로 시작한 테슬라 주가는 142.05달러까지 밀렸다가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479.86달러까지 치솟는 등 큰 폭으로 등락했다. 새해엔ㄴ 주가가 379.2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410~390달러 선으로 조정받으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전폭 지지한 것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은 테슬라에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업체와 경쟁하면서도 중국을 가장 큰 수출시장으로 삼는다. 하지만 트럼프는 1기 행정부(2017~2021년)에 이어 2기에서도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테슬라에 생존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머스크 CEO가 트럼프 당선인 ‘퍼스트 버디(first buddy·단짝)’ 위치에서 미·중 무역 갈등 문제를 얼마나 조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중국에서 얻어야 할 것들이 아직 많다”며 “중국이 보다 유화적 접근방식을 택하도록 트럼프 당선인을 설득하는 데 머스크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실적 모멘텀을 장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중 중국 비야디(BYD) 등에 맞서 ‘모델Q’, ‘모델2’로 불리는 저가형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에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자율주행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는 점도 호재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가형 전기차 출시, 가파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성장 속도,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추가 성장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테슬라 신기술에 대한 우려는 중장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비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과 로보택시 등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의 상용화 성공 여부가 쟁점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키라(BOA)는 테슬라 주식 등급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며 로보택시 등 사업에 대해 “사업 실행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연초 ‘CES 2025’에서 공개한 물리적 인공지능(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가 테슬라 자율주행 사업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축할 때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에 덜 의존해도 된다면,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방대하게 축적해 놓은 테슬라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