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주도 법안 시행 시 쌀값 안정화 대책 타격 불가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 개정안에 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거부권 불발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농업 4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요 농정 추진 동력 상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번주 후반께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농업 4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했다. 6일 정부로 이송된 이들 법안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21일까지다. 이 기간내 거부권을 행하지 않으면 법안을 공포해야 한다.
당초 정부는 17일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농업 4법 개정안을 거부권 심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지만 돌연 보류했다. 보다 숙고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한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가결로 대통령을 대신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 권한대행의 고심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과의 협력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거부권 행사 시 야당의 탄핵 표적이 될 수 있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지만 국정 안정화를 위해 탄핵 추진을 보류했다. 그 조건으로 적극적인 권한행사 금지를 내걸었다. 거부권 행사도 안된다는 것이다.
애가 타는 건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다. 그간 농식품부는 야당 단독의 4개 법안을 '농망(農亡) 4법'이라고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해왔다.
관가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 일부 농민단체에서 반대를 천명해왔던 법안이고, 이를 비춰볼 때 4개 법안 거부권 행사가 적극적인 권한행사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만약 농업 4법 개정안 거부권이 불발되면 농식품부의 주요 농정 추진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12일 야심차게 발표한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이 흔들릴 수 있다.
해당 대책은 쌀 공급 과잉 해소와 쌀값 안정화를 위해 내년부터 전체 벼 재배면적(69만8000ha) 가운데 8만㏊를 감축하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 시행을 핵심으로 한다.
4개 법안 중 핵심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벼 재배면적 조정제가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물론 양곡의 시장가격이 평년가격(공정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농업 관계자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농가로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이점이 있기 때문에 8만㏊ 감축에 순순히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