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딸이 14일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 보낸 '천 잔의 커피'…이유는?

입력 2024-12-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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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X @bygrida)

혁명의 땅 프랑스에서, 그 기운을 담아 1000잔의 커피를 보낸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프랑스에서도 수천개의 빛을 뿜어내는 에펠탑 앞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마음을 보탠다. 따뜻한 커피에 여의도에 있지 못하는 아쉬움과 그래서 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낸다. 당신에게 닿길 바라며.

자신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있었던 어머니의 딸이라는 여성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이들을 위해 커피 1000잔을 기부했다.

프랑스에서 '그리다'(활동명·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이 여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아침이슬로 다시 만난 세계: 어느 계엄군 딸의 고백문 그리고 천 잔의 커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꿈도 많고 재주도 많고 공부까지 잘했던 우리 엄마,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며 엄마의 길을 막았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능력을 인정해주는 군대뿐이었다"며 "어느 날 엄마는 광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곳에 모인 빨갱이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엄마가 그 도시에서 본 것은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들뿐"이라고 했다.

이어 "정보병이었던 엄마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함성과 총성, 찢어질 듯한 비명과 통곡, 매캐하고 기분 나쁜 연기, 그리고 끌려오는 무고한 사람들의 부서진 몸과 당황한 얼굴들. 그 모든 것이 지옥처럼 엄마를 짓눌렀다"며 "그 시절 여군이 조기 제대할 수 있는 길은 결혼뿐이었고, 엄마는 아빠와 선을 본 후 급히 제대와 함께 신혼 생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리다 씨는 올해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가 이 같은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택시 운전사'와 '서울의 봄'은 더 이상 멀고 복잡한 한국 현대사의 한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피부로 와닿는, 내 가족의 이야기였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그리다 씨는 그런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내 나라에 더 나은 시대를 만들고 싶다. 내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계를, 지구를 물려주고 싶다"며 "지금도 긴 밤을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이슬처럼 음울한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진주 빛을 내는 이들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고 했다.

아울러 "촛불처럼 조용하지 않고, 눈물로 호소하지 않으며 그래서 더 강력한 그 빛, 투명한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생의 노래하는 빛들이 모여 새로운 자유와 평등의 세상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며 "그 세상이 이전보다 더 찬란하고 더 따뜻하길.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눈앞의 이익을 좇는 이기적인 자들이 이기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6당은 12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표결은 14일 오후 5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남대문커피'에서 응원봉, 피켓 등을 보여주고 '그리다커피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다고 그리다 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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