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있었던 어머니의 딸이라는 여성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이들을 위해 커피 1000잔을 기부했다.
프랑스에서 '그리다'(활동명·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이 여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아침이슬로 다시 만난 세계: 어느 계엄군 딸의 고백문 그리고 천 잔의 커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꿈도 많고 재주도 많고 공부까지 잘했던 우리 엄마,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며 엄마의 길을 막았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능력을 인정해주는 군대뿐이었다"며 "어느 날 엄마는 광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곳에 모인 빨갱이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엄마가 그 도시에서 본 것은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들뿐"이라고 했다.
이어 "정보병이었던 엄마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함성과 총성, 찢어질 듯한 비명과 통곡, 매캐하고 기분 나쁜 연기, 그리고 끌려오는 무고한 사람들의 부서진 몸과 당황한 얼굴들. 그 모든 것이 지옥처럼 엄마를 짓눌렀다"며 "그 시절 여군이 조기 제대할 수 있는 길은 결혼뿐이었고, 엄마는 아빠와 선을 본 후 급히 제대와 함께 신혼 생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리다 씨는 올해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가 이 같은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택시 운전사'와 '서울의 봄'은 더 이상 멀고 복잡한 한국 현대사의 한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피부로 와닿는, 내 가족의 이야기였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그리다 씨는 그런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내 나라에 더 나은 시대를 만들고 싶다. 내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계를, 지구를 물려주고 싶다"며 "지금도 긴 밤을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이슬처럼 음울한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진주 빛을 내는 이들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고 했다.
아울러 "촛불처럼 조용하지 않고, 눈물로 호소하지 않으며 그래서 더 강력한 그 빛, 투명한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생의 노래하는 빛들이 모여 새로운 자유와 평등의 세상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며 "그 세상이 이전보다 더 찬란하고 더 따뜻하길.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눈앞의 이익을 좇는 이기적인 자들이 이기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6당은 12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표결은 14일 오후 5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남대문커피'에서 응원봉, 피켓 등을 보여주고 '그리다커피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다고 그리다 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