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곰 포획 수만 1804마리...2022년 대비 두 배
대응책으로 ‘몬스터 울프’ 주목...‘몬스터 독수리’ 개발도 진행
일본 소도시에서는 마을에 곰과 사슴을 비롯한 야생동물 출몰로 피해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야생동물에 대응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일본 홋카이도 다키카와시에서 개발된 야생동물 퇴치 장치 ‘몬스터 늑대’(Moster Wolf)가 각광받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이 장치는 늑대 외형을 하고 있어 ‘몬스터 늑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키타와시는 약 4년 전부터 산간지역과 거주지역 사이에 있는 농장 인근에 몬스터 울프를 설치했다.
몬스터 늑대에 장착된 적외선 센서가 야생동물 움직임을 감지하면 눈에서는 빨간색 발광다이오드(LED) 불빛이, 측면에서는 파란색 LED 빛이 번쩍인다. LED가 번쩍이는 동시에 총소리, 개 짖는 소리, 사람의 목소리 등을 내고 목을 흔들며 야생동물을 위협한다. 몬스터 늑대는 사슴과 곰 등 야생동물이 꺼리는 60개 종류의 소리를 무작위로 낸다. 음량은 자동차 경적 수준인 90데시벨(㏈)로 높다.
홋카이도에서는 야생동물 출몰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2년 야생조류와 야생 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면적, 수량, 금액 면에서 일본 내 1위로 피해 총액만 56억 엔을 넘어 전국 피해 규모의 36%를 차지한다. 지난해 곰 포획 수만 1804마리로 2022년 대비 약 2배로 폭증해 1962년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엔 도토리가 흉작인 지역에서 겨울잠을 앞둔 곰이 먹이를 찾아 민가에 출몰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몬스터 늑대를 개발한 회사는 홋카이도에 있는 오타정기라는 회사다. 이 업체는 원래 금속가공업체였는데, 2008년 LED 사업에 진출하면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몬스터늑대를 개발했다.
회사는 계절에 따른 일교차가 큰 홋카이도 기후 특성을 고려해 튼튼한 쇠파이프를 사용해 골격을 만들었다. 처음 개발 당시에서는 소리와 빛만 이용한 장치를 만들었지만, 위협 효과를 높이기 위해 늑대 모형으로 제작했다.
몬스터 늑대는 야생동물 출몰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을 시작으로 현재 약 250대가 설치됐다. 아직 판매처 절반이 홋카이도에 한정돼 있지만, 최근에는 오키나와 등 다른 지역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오타정기 측은 “앞으로 일본 전 도시에 골고루 설치해 1000~2000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버팔로와 코요테 등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10여 개국에서도 문의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비가 야생동물 서식지와 민가를 구분 짓는 구역설정(zoning)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홋카이도대학에서 곰 생태계를 연구하는 츠보타 토시오 교수는 “불곰 출몰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으려면 구역설정이 중요하다”면서 “(몬스터 늑대는) 야생동뭄ㄹ이 지나가는 길목에 놓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타정기는 현재 까마귀 등 조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몬스터 독수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