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탄핵 쇼크, 취약차주 곳곳 경보음 [‘약한고리’ 끊어지나]

입력 2024-12-11 05:00수정 2024-12-1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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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대출' 급증…자영업·중기, 이자도 못 갚는다
카드사 대손상각비 3조원 돌파…전분기 대비 50%↑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에 시달리던 취약차주들이 ‘탄핵 쇼크’ 카운터를 맞고 녹다운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시장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저신용·저소득 차주는 물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에서 이상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돈을 벌어도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에 이르는 영세 및 중소사업자들이 속출하면서 이들에게 돈을 내준 은행들은 고스란히 돈을 떼일 처지다. 돌려막기로 연명하던 다중채무자들은 한계상황에 직면해 빚을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약한 고리가 끊어질 경우 금융시장을 넘어 한국경제 안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말 기준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4조27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5769억 원) 대비 7004억 원(19.6%) 증가한 규모다. 직전 분기인 올해 6월 말(3조7946억 원)에 견줘도 12.7%(4827억 원)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없는 악성채무를 말한다. 대출을 내주고 이자도 받지 못하는 탓에 ‘깡통대출’로도 불린다.

악성채무의 대부분은 기업대출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은 3조597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4621억 원)보다 24% 확대된 규모다.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상품을 팔아치운 은행들에게 부실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기업 만큼 가계상황도 녹록지않다. 올해 들어 ‘서민 급전’으로 불리는 현금서비스(카드단기대출)와 카드론 등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급등했다. 카드 대출 연체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주머니 사장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이 회수 불가능해 상각 처리한 채권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의 대손상각비는 3조278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2조2284억 원) 대비 무려 1조503억 원(47.13%)이나 불어난 수치다. 대손상각비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대출 부실이 커졌다는 얘기다. 돌려받지 못하는 대출이 늘면서 카드사에서 부실을 처리하는 비용이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제도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취약차주들이 대부분 2금융권, 특히 융통이 쉬운 카드사에 몰리면서 카드론 잔액도 급격히 늘었다.

9개 카드사의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2202억 원에 달했다. 직전 최고치였던 8월 말 잔액(41조8309억 원)을 넘어선 사상 최고액이다. 같은 기간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카드사에 대출받은 대환대출 잔액은 1조6555억 원으로 전월(1조6261억 원) 대비 294억 원 증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관리는 정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나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국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다보니 보다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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