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능이 높은 분이다. 명문대를 나왔고 좀 오래 걸렸어도 서울법대 교수 출신도 실패한 사법시험을 통과했으니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런데 평소 언행을 보면, 특히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보여준 의식의 흐름은 ‘이건 어딘가 좀 모자란...’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양면이 있다. 행정부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가 정상적인 수준의 사고 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은 큰 불행이자 불안 요인이다. 반대로 좀 모자라서 그런지 계획이 엉성하고 즉흥적이었다는 점은 그 와중에 큰 다행이었다.
만약 치밀하게 준비했다면 몇 시간만에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평일이 아닌 주말을 택했다면 상황은 크게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금요일이 되면 국회는 시간이 갈수록 한산해진다. 지역구 행사 등에 참석하느라 지방에 내려가는 국회의원들이 다수며, 언론도 금요일부터는 일선 기자들이 대부분 번갈아 휴무에 들어간다. 만약 화요일이었던 3일 대신 금요일인 6일 밤 혹은 토요일인 7일 새벽에 일을 벌였다면 텅 빈 국회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화가 많으신 분이다. 편견인가 싶어 포털에서 ‘윤석열 격노’와 ‘윤석열 웃음’을 번갈아 검색해봤다. ‘격노’는 뉴스부터 동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진다. ‘웃음’은 페이지가 여럿 넘어가도 ‘웃음거리’라는 내용이 나올 뿐이다.
평소 과학과 사이가 좋지 못하지만, 뇌과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화가 나면 지능지수(IQ)가 급격히 낮아진다고 한다.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는 대신 감정과 관련된 변연계 편도체가 빠르게 활성화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다시 뇌를 자극해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고, 더 화가 나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러니 화가 난 상태에서는 절대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게 뇌과학자들의 조언이다.
하나 더, 변연계가 분비 명령을 내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중독성이 강해 화를 내면 낼수록 작은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분노 중독’에 이른다. 격노가 반복되면 머리가 점점 나빠진다는 뜻이다.
비상계엄 사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된다. 윤 대통령은 평소처럼 그날도 화가 많이 났다. 그 상태에서 중대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겼다. 지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세운 어설픈 계획이라 금방 끝났다. 지켜보는 이들은 ‘반푼이’ ‘모지리’ ‘경계성 지능’을 떠올렸다.
학습지능이 높은데 배움은 느린 분이다. 사법시험 합격에 9년이나 걸렸다더니, 정치는 3년이 넘었는데도 기초개념 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00만년 만에 나보다 더한 반푼이를 만난 듯하니 이 참에 잘난 척을 좀 해보자.
정치의 본질은 적을 줄이고 친구를 늘려가는 작업이다. 이걸 깨우쳐야 적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적이 되는 기본서를 읽을 수 있다. 이 원리를 터득하면 비로소 지면서 나아가고 이기고도 물러나는 심화학습을 익히게 된다.
정치 교과서를 다 읽지 못한 채 화까지 난 윤 대통령에게는 처단해야하는 적들만 보였던 모양이다. 병력을 동원해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로 여겼던 것 같기도 하다. 정치 참고서 1티어인 나관중의 삼국연의는 ‘강한 적 하나보다 약한 여럿이 더 무섭다’고 적고 있다. ‘마지막 둘이 남을 때까지는 적보다 친구가 많아야 한다’고도 했으니 늦었지만 오답 노트에 적어 놓으시길 권한다.
윤 대통령은 2년 반의 임기 동안 반복해서 친구를 내치고 끝없이 적을 늘려왔다. 이준석 대표로 시작해 한동훈 대표까지 자신과 가장 가까워야 할 여당 대표를 적으로 돌렸고, 노동계로 시작해 의료계까지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들었다. 밖으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버튼을 누를 태세며, 일본에 배신당하고 미국에겐 뒷통수를 쳤다. 아군은 대륙 저편 우크라이나 정도가 남았을까.
아앗!!! 이럴수가...윤 대통령은 정치가 아닌 병법을 실행한 것인가 보다. 손자의 36계중 23번째 ‘가까운 자를 공격하고 멀리 있는 적과 친교를 맺는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 그랬구나...이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