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연장에도 국제유가 하락...WTI 0.35%↓
‘허울뿐인 감산’ 지적...이라크 등 일부 산유국 한도 초과 생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온라인 회의를 열고 원유 생산 감산 완료 시점을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OPEC플러스는 감산 기조를 1년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OPEC+는 2022년부터 국제유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감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나는 23개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하루 200만 배럴 ‘공식 감산’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주도국 8개 나라가 시행 중인 ‘자발적 감산’이 있다. 자발적 감사는 하루 165만 배럴씩의 1단계와 하루 220만 배럴씩의 2단계로 나뉜다.
해당 감산 프로그램으로 OPEC+가 억제하는 생산량은 일일 585만 배럴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OPEC은 이번 회의에서 23개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하루 200만 배럴 공식 감산과 8개 회원국의 자발적 감산 1단계(하루 165만 배럴 감산)를 2025년 말에서 2026년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8개 나라가 시행 중인 2단계 자발적 감산(하루 220만 배럴)도 내년 4월까지로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1단계 자발적 감산 연장은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3번째다.
OPEC+은 특히 감산량 축소도 ‘하루 18만 배럴씩 12개월’에 걸쳐 진행하려고 했으나 이번 회의를 통해 2025년 4월부터 2026년 9월까지 하루 13만8000배럴씩 18개월간 점진적으로 감산량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감산량 축소 속도도 줄이겠다는 이야기다.
이날 OPEC+의 감산 연장 결정에도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24달러(0.35%) 떨어진 배럴당 68.3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2월물 브렌트유는 0.22달러(0.30%) 하락한 배럴당 72.09달러로 집계됐다.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OPEC+의 감산 연장 효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최대 원유 수요국인 중국이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다, 미국과 브라질, 캐나다 등 비(非) OPEC+ 산유국의 증산이 유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10월까지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 생산량은 2024~2025년 사이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7월부터 약 18%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수급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져 배럴당 60달러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OPEC+ 회원국 내 공동 유가 방어 노력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라크와 카자흐스탄 일부 회원국은 감산 협약에도 이미 정해진 한도를 초과해 생산하고 있어 허울뿐인 감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에는 감산에 반발한 앙골라가 OPEC 탈퇴를 결정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와 이라크 카자흐스탄 등 산유국들이 재정균형을 이루는 데 필요한 원유 가격은 배럴당 90~100달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