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년 사이 매출 43% 감소…2년 연속 80억 원대 적자도
회사 설립 5년 만에 축구장 면적에 아파트 20층 높이로 폐기물을 처리한 스타트업이 있다. 폐기물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박스’ 운영사 리코가 그 주인공이다. 다만 이러한 사업 성과와는 별개로 실적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턴어라운드 시점에 눈길이 쏠린다.
4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리코는 2019년 설립해 음식물류 폐기물 수거 운반 사업을 론칭했으며 2020년 업박스를 정식 론칭했다.
같은 해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 벤처기업인증을 받았으며 이듬해 초에는 시리즈A를, 연말에는 시리즈B 등 총 15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작년 이어진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더하면 총 투자 유치액은 300억 원에 이른다.
2022년에는 통합 폐기물 관리 서비스를 정식 론칭하는 등 현재는 폐지부터 비닐, 플라스틱, 폐식용유, 폐수, 일반 쓰레기 등 78종의 다양한 폐기물을 수거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장해 운영하고 있다. 대형쇼핑몰과 호텔, 기업형 급식시설, 식품공장 등을 비롯해 물류창고 등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 서비스 대상도 확장 중이다.
업박스는 단순 폐기물 수거 운반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측정 기술이 접목된 전용 수거 용기로 폐기물 배출량, 배출현황, 시각자료 등의 정보를 수집해 업체에 제공한다. 또 GPS가 탑재된 운반 차량은 실시간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력이 뒷받침된 업박스의 이용 고객은 2020년 500개에서 △2021년 900개 △2022년 3000개 △2023년 4000개를 돌파했고 최근에는 5000개를 넘어서는 등 성장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
다만 매출과 이익 등 실질적인 성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초기 스타트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설립 첫해 매출 8억 원을 기록한 리코는 2020년 13억 원, 2021년 28억 원에 이어 2022년 86억 원까지 순조롭게 커가는 듯했으나 작년 49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단 한 차례도 나지 않았으며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적자 역시 덩치가 커졌다. 리코의 영업손실은 2019년 7400만 원을 시작으로 2020년 7억 원, 2021년 32억 원까지 확대됐다. 또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83억 원, 86억 원의 손실을 냈다.
5년간의 적자에 누적 순손실이 200억 원가량 발생했음에도 재무 안정성은 단단한 편이다. 투자 유치 외에 외부 차입을 최소화한 결과다. 작년 말 기준 장ㆍ단기 차입금은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등 부채총계가 18억 원에 그쳐 부채비율은 11.4%에 불과하다.
현 수준의 적자가 수년간 이어질 경우 추가 투자 유치가 없다면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에 리코는 수백억 원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코 관계자는 실적 감소에 대해 “각 지역의 특성과 고객 요구에 맞춘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별 법인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성장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예년과 유사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개선을 이루고 있으나 구체적인 턴어라운드 시점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변동 가능한 외부 요인이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투자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