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유로화는 장중 1유로당 1.047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2일, 1유로당 1.0417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뒤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와 같아지는 ‘패리티’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999년 도입된 후 2002년 본격 통용된 유로화는 통상 달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달러보다 가치가 낮아진 건 2002년과 2022년 단 두 번이다. 가장 최근인 2022년에 패리티가 깨진 건,러-우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단적인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2년과 다르게 현재는 미국과 유럽 모두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로 수렴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유로화 가치가 낮아져 패리티에 가까워지려 하는 건, 두 국가 간 경제 상황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기는 나날이 호황이지만, 유럽 경기는 독일 등 주요 국가 성장이 주춤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유로가 달러와의 패리티를 향해 하락하는 가운데, 원화는 두 통화 모두에 대해 더 크게 평가절하된 모습을 보인다. 연초 대비 유로-원 환율은 4.65%, 달러-원 환율은 8.11% 상승했다. 이는 원화로 외화를 구매하려고 할 때, 각각 연초 대비 4.65%, 8.11% 만큼의 원화가 더 필요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로-달러 패리티 현상은 원화를 더욱 약화할 수 있다. 유럽 경제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로 이어지고, 이는 신흥국 통화인 원화의 약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 유럽연합(EU) 수출 경쟁력 약화와 신흥국 투자 심리 위축도 또 다른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 순 유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번 달 6거래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 시장에서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11월 국내 주식 투자자금 총 순매도 금액은 약 2조358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는 통화 약세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원화 약세를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유로화가 패리티에 도달하고, 위안화도 더 약해지는 등 달러를 제외한 전 세계 통화가 약세 흐름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외환 당국도 과도한 경계심을 내려놓고 어느 정도 원화 약세를 용인하면서 세계적인 흐름에 비슷하게 맞춰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