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체들, HBM에 집중
D램 공급 제한적으로 전망
올해 하반기 D램 시장 가격이 크게 요동쳤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탓이다.
내년에는 정보통신(IT) 디바이스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며 D램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D램 제조사들이 범용 D램 생산능력(캐파)의 일부를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전환한 탓에 내년 D램 공급이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D램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이 HBM에 쏠린 만큼, D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D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3사의 D램 캐파의 약 26%가 HBM으로 전환되며 범용 D램 공급이 제한될 것”이라며 “내년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증설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IT 기기 시장이 침체되며 범용 D램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줄었다. 반면, 인공지능(AI) 시장이 개화하며 HBM 수요가 크게 늘었고,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일부 D램 캐파를 HBM으로 전환해 왔다. D램과 HBM이 수요‧공급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위축됐던 D램 수요는 내년에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에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개선되면 디바이스 교체가 이뤄지고, 세트사의 범용 D램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AI PC 시장도 내년에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며 PC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서버 교체주기가 이미 도래한 만큼 서버 교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HBM 시장도 마찬가지다. AI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는 올해 AI 가속기에 8단 HBM3E(5세대)를 탑재했으나, 내년 2~3분기부터는 12단 HBM3E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HBM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발 D램 공급 과잉 현상이 전체 D램 가격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3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중국으로 나뉘는데 주력 제품이 달라서 크게 연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CXMT는 주로 DDR4 등 구형 D램을, 메모리 3사는 선단 공정 중심의 DDR5에 집중하고 있다.
공급 대상도 서로 달라 시장 가격도 다르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트랜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의 대부분 생산량이 주로 국내 고객에게 제공되고, 해외 시장으로 향하는 공급은 최소화된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도 D램 3사 대비 CXMT의 생산 효율이 40.6% 낮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은 첨단 장비 수입이 불가해 수율도 낮다”며 “모든 조건을 고려했을 때 중국 업체들의 내년 D램 생산 비중은 8.1%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0.59% 내린 1.35달러로 집계됐다.
D램 가격은 작년 10월부터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지난 5∼7월 보합세를 거쳐 8월 하락 전환했다. 이어 9월에는 17.07% 급락했고 10월에는 변동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