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보다 자영업자 대출 더 위험"
자영업자 소득여건 개선 노력 필요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가 숨겨진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관리 뿐 아니라 자영업자의 대출 리스크는 물론 소득여건 개선 등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우리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한 한국 가계부채 현황과 리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0%로, 주요국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5%로 선진국 중 홍콩(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연구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한국, 중국, 태국, 홍콩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면서 “한국의 경우 높은 자영업비중과 전세제도 등 특이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주택 구입 목적의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높았으나, 한국의 경우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이 60.2%로 글로벌 평균(66.8%)보다도 낮았음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높았다. 또 낮은 담보인정비율(LTV)에도 GDP 대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가계대출 내 주택구입목적 가계대출 비중과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 추이 등을 고려했을때, 모기지발 가계대출 리스크는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게 연구소의 결론이다.
이에 연구소는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에 주목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국내 전체 가계대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60조1000억 원(차주 312만 명)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28.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기업대출·가계대출 내에서는 각각 37.5%, 19.8%를 차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연체율이다. 가계대출과 자영업자대출 연체율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는데, 자영업자 대출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치솟았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0.56%에서 올해 2분기 말 0.94%로 올랐으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50%에서 1.56%로 급등했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0.2%에 달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자영업자의 경우 취약계층 차주가 늘고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놓은 ‘최근 가계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와 연체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자영업자로서 가계대출을 연체 중인 차주 중 1년 뒤에도 연체상태인 차주의 비율은 60.2%로, 급여소득자에 비해 더욱 높게 나타났다.
자영업자로서 가계대출을 연체한 차주 중에서는 32.1%가 같은 기간 2회 이상 연체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연체는 한번 발생하면 지속 · 반복된다는 특성을 가진다”면서 “연체 차주의 재정 상황이 개선되기까지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선 주택시장 안정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의 부채 관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혜인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주요국과 비교 시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은 주담대보다 자영업 부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영업자의 소득여건과 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이 향후 가계부채를 관리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열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내수 회복 속도에 따라 자영업 차주의 연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취약차주의 부채 및 소득여건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