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호실적에 또 불거진 부풀리기 논란…건강보험 쏠림 가속화 [새 회계 증후군上]

입력 2024-1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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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면 잔기침이 나듯, 새 회계기준(IFRS17)도입 후 보험업계는 ‘새 회계 증후군’을 앓고 있다. 연착륙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이어지자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보험 회계의 방향을 조명하고자 한다.

3대 생보사·5대 손보사 10조 넘게 벌어
건강보험 판매 호조 덕에 호실적 기록
어두운 업황 속 유일한 돌파구 제3보험
당국 규제 강화에도 쏠림현상 이어질듯

저출산과 고령화 심화로 성장 정체 우려가 컸던 보험사들이 예상외로 올해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높은 수익성을 가진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한 결과다. 그러나 이는 ‘실적 뻥튀기’ 우려가 남아 있는 가운데 기록된 성과로, 향후 당국의 규제 강화로 회계상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0조49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조8588억 원 대비 18.4% 급증한 수치다. 보험사 대부분 실적이 개선됐으며, 특히 삼성생명과 현대해상은 1년 새 4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초 보험업계의 미래는 어두웠다. 저조한 출산율로 거둬들일 수 있는 보험료는 줄어들고, 고령화로 인해 노인성 질환 발생률 증가에 따른 지급 보험금 증가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가계의 초과저축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보험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특히 생명보험업계는 주로 보험료가 보험금 그대로 나가는 상품 저축성 상품이 많아 당장 벌어들이는 보험료는 많아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수익성이 낮게 잡혔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은 호실적을 거뒀다. 이들의 성과 뒤에는 건강보험 판매라는 공통된 전략이 존재한다. 사보험에서 건강보험은 생보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모두 판매할 수 있는 제3보험 영역에 포함돼 있다. 주로 △상해 △질병 △간병에 대한 의료비를 보장한다. 무조건 고객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 상품과 달리, 고객의 건강 상황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결정되는 만큼 예상 수익이 더 높게 잡힐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 덕에 다양한 콘셉트의 상품도 많이 나왔다. 초경증 최근 3개월 내 질병이 없고 10년간 수술하거나 3대 질병(암·뇌·심장)에 걸린 적이 없다면 보험료를 낮춰주는 파격적인 상품도 등장했다.

암이나 뇌·심장 질환의 보장을 늘린 상품이나, 일부 고령자에게 필요한 재가급여나 요양시설 이용 비용을 부담해주는 치매간병보험이 불티나게 팔렸다. 보장 사각지대에 있던 유병자와 고령층의 보험가입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무·저해지 상품 판매 호조도 보험사 실적을 견인했다. 무·저해지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내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데, 보험료가 일반 상품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이 상품들은 예상 해지율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이익 규모 차이가 벌어질 수 있는데, 금융당국은 일부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높게 설정하면서 실적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이에 연말 실적은 회계상 줄어들 전망이다. 일부 보험사는 미래 예상 수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 연말 수천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하에서는 건강보험 판매를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는데 보장 한도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무·저해지 해지율 가정 등 제3보험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해지면서 업황이 아주 어두워졌다”면서도 “다른 돌파구를 찾기도 힘들어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한 건강보험 경쟁 및 쏠림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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