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과감한 법인세 감세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이고, 미국 주식을 비롯한 자산 시장에 투자할 동인을 강화시켜 준다. 이에 미국 자산 가격은 탄탄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고 자산 가격 상승에 기반한 소비 역시 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압도적인 성장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압도적 성장은 주식 시장의 강세와 함께 소비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대를 불러일으켜 시장 금리의 상승 요인이 된다.
다른 측면에서 진행되는 관세는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되며 법인세 감세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재정 적자를 관세를 통한 세수 증대로 메워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기보다 훨씬 강화된 트럼프의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경제 성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 국가의 통화는 그 나라의 성장을 반영하는데, 미국의 성장은 압도적인 반면 다른 국가들이 관세로 인해 성장에 타격을 입으면 타국가 통화의 약세와 함께 달러 강세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정리하면 트럼프의 감세 및 관세 정책은 미국 주식 시장의 압도적인 상승세, 미국 국채를 비롯한 시장 금리의 전반적 상승, 그리고 달러의 초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현재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레토릭으로 불리며 금융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집권 이전부터 트럼프 트레이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실제 취임 이후에는 이런 현상이 보다 공고해질 것이라는 예상 역시 더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나 감세 정책을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관세는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과하는 것으로, 상대국에 일정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 해당 국가가 미국에 수출하는 물품의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인해 해당 국가의 성장이 둔화되며 통화 가치가 큰 폭 하락하고 그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게 되면 관세로 올린 수출품의 가격이 통화 절하로 인해 되돌려지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당시였던 2018년 미국은 중국에 무역 전쟁을 선포하며 관세를 부과했는데,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외려 위안화 가치를 큰 폭 절하,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대응에 나섰던 바 있다. 보복 관세 및 위안화 절하로 인해 관세 부과의 효과가 희석되자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소모적 관세 분쟁을 멈추고 교역 협상 모드로 선회하면서 2019년 말 중국이 2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물건을 수입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기대했던 만큼의 관세 부과에 제약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감세를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트럼프는 집권 직후 법인세 감세를 단행했는데, 당시에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기에 보다 원활한 진행이 가능했다. 다만 법인세 인하 및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대규모 부양책, 그리고 2022년 경기 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 재정 부양까지 이어지면서 현재 미국 재정 적자는 당시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예상만큼 관세를 부과해서 세수를 가져올 수 없는 상황에서 부채가 상당한 수준임에도 과감한 법인세 감세를 진행할 수 있을까? 트럼프 당선 이후 큰 폭으로 뛰어오른 미국 국채 금리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감세로 인한 재정 지출의 부작용이 추가적인 금리 상승을 촉발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보다 감세안 역시 일정 수준 약화될 개연성이 있다.
현재 금융 시장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트럼프 트레이드는 전반적 방향은 맞을 수 있으나, 집권 이전 트럼프 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실제 집행 이후에는 조금씩 되돌려질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