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자본시장 선진화 위한 우선과제로 ‘세제정비’ 꼽아
세제정비 과제로는 금투세 폐지ㆍ장기투자 세제혜택 등 응답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보다 세제 정비를 통해 자본시장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민 1292명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와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본시장 선진화, 즉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우선 추진과제로 응답자의 70.1%가 ‘투자 관련 세제 정비’를 꼽았다고 14일 밝혔다. 이어 ‘연금수익률 제고’(19.8%), ‘지배구조 규제강화’(10.1%) 순으로 응답했다.
투자 세제 정비를 위해 필요한 과제로 국민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37.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로 얻은 연간 수익이 5000만 원(해외투자는 연간 250만 원)을 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22%~27.5% 과세하는 세목이다.
두 번째로 많이 응답한 과제는 ‘장기투자주주 세제 혜택 신설’(24.5%)이었다. 미국은 주식을 장기간(1년 초과) 보유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저율 분리과세하고 1년 이하 보유자에 대해서는 고율 종합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보유 기간에 따른 세제 혜택이 없다.
대한상의는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장기보유주주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등을 인하하고 분리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 세제 정비과제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를 선택한 국민은 22.8%였다. ISA는 1개 계좌로 다양한 금융투자가 가능하며 절세혜택도 있는 금융상품이지만 가입연령과 비과세 한도 등이 영국·일본 등에 비해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 선진화 우선 추진과제로 국민의 19.8%는 ‘퇴직연금 등 연금수익률 제고’를 꼽았다. 퇴직연금의 경우 지난해 소득대체율이 12%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20~30%)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경제와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만한 지정학적 리스크로는 ‘미국 대선’(34.2%), ‘남북관계 경색’(32.8%),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17.1%), ‘미·중갈등’(12.2%), ‘이스라엘-중동전쟁’(3.7%)이 꼽혔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금융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보편관세 원칙에 따라 수출 관세가 인상되면 국내기업의 수출 부진이 증시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세인상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둔화돼 한국의 달러 유출 위험이 커지고 환율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의 정답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국민은 오히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와 규제 정비를 더 중시하고 있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더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자본시장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