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 '흥행' 여부 촉각
삼성, 내년도 XR 기기 출시 관측
LG도 기술ㆍ개발 진행, 시기 검토
애플의 확장현실(XR) 헤드셋 기기인 ‘비전 프로(Vision Pro)’가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비전 프로 판매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국내에서는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전 프로의 국내 흥행 여부가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XR 사업 전망을 관측하는 풍향계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15일부터 비전 프로를 국내에 공식 출시한다. 4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았다.
비전 프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혼합된 ‘공간형 컴퓨터’ 헤드셋이다. 올해 2월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차례로 출시하고 있다. 비전 프로는 2014년 애플워치 출시 이후 애플이 9년 만에 공개한 새 폼팩터이기도 하다.
비전 프로는 차세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해 생동감을 높였다. 공간형 컴퓨터답게 비전 프로를 착용한 채 다른 착용자들과 영화를 함께 보거나 회의를 할 수 있다. 회의 도중 3차원(3D) 시각물을 공유할 수도 있다.
비전 프로는 국내 애플 스토어 매장 및 온라인 애플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499만 원부터 시작한다.
다만 비전 프로는 초기 출시 당시 높았던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흥행이 부진한 편이다. 높은 가격에도 맞춤형 서비스가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비전 프로 미국 내 판매량은 2분기 누적 기준 약 17만 대로, 당초 예상했던 30만~40만 대를 크게 밑돌았다. 3분기 판매량은 1분기 대비 75% 줄은 2만~3만 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아직 XR 시장을 보수적으로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시장 반응 등 향후 애플 비전 프로의 성과를 좀 더 지켜본 후 적기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XR 시장에 조금 더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이후 투자자 대상 발표에서 “XR 기기를 포함해 제품 간 연결성을 개선해 갤럭시 생태계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더 향상시키겠다”며 내년도 제품 출시를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구글, 퀄컴 등과 함께 XR 사업을 협력하고 있다. 착용감 등 편의성을 고려해 비전 프로 같은 고글형이 아닌 안경 형태의 폼팩터로 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삼성 글라스’라는 상표권도 등록한 상태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기조연설에서 “획기적인 XR 에코시스템을 통해 AI(인공지능)의 이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G전자는 XR 사업화 시기에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메타와 협력해 내년 XR 기기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무기한 연기했다.
LG전자는 올해 초 HE사업본부 내 직속으로 XR사업담당을 신설했지만, 6월 해체하고 관련 인원을 재배치했다. 당장 사업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다만 적기 제품 출시를 위해 기존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서 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XR 시장은 사업적으로 아직은 뚜렷한 성장세가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AI 기술 발전과 함께 분명 개화할 시장이다. 국내 기업들은 사업 리스크가 적은 시기를 공략해 진입하려는 전략을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