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병원가…의료대란 장기화에 서울대·을지대병원 노사갈등 폭발

입력 2024-10-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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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업무여건 개선 요구 높지만…진료수입 하락으로 병원 경영 악화일로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파업 예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 소재 대학병원들이 파업 정국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한 상황에 노사 갈등이 겹쳐 주요 대학병들의 운영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원을지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이 노사 협상 결렬로 파업 국면을 맞았다. 노원을지대병원은 이달 10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으며, 서울대병원은 이달 31일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동조합 측은 임금인상, 인력확충,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노조는 7월 23일 1차 상견례를 시작으로 10월 16일까지 17차 단체교섭과 15차례의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노동조합 측은 서울대병원이 전공의 이탈과 의료대란으로 인한 병원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임금삭감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병원이 환자 감소와 적자를 핑계로 필수안전인력 충원을 거부하며 직원들과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노조는 “의료대란 이후 병원 현장의 실상은 혼란의 연속”이라며 “정부와 의사의 대결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행동과 의료대란으로 병원 노동자들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과의 단체교섭에서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김영태 병원장은 약속을 거부했다”라며 “31일에 시작하는 무기한 전면 총파업은 서울대병원을 정상화하고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노원을지대병원 노조 역시 병원과 20차례 이상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9월 9일 진행한 3차 조정회의에서 병원 측이 2017년 파업 당시 합의했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타 사립대병원과 임금 격차 해소’ 사항에 대해 진전된 안을 내지 않고, 임금 인상률에 차등을 두는 등 재단 내 병원 간 근로조건 차별을 조장해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원을지대병원 노사는 2017년 직원 90% 정규직화를 합의했지만,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비율은 달성하지 못했다.

노원을지대병원 노조는 “의사 집단 진료거부 사태로 의사들이 해야 하는 수많은 업무가 PA 인력에 떠넘겨졌고, 수련병원 병상가동률이 떨어지고 경영난이 시작되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원을지대병원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라며 “무급 휴가, 강제 연차를 강요받고, 스페셜근무, 전담간호사 파견 남발 등 파행적인 근무 운영으로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대학병원 파업이 비수도권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원대학교병원은 21일부터 이날까지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강원대학교병원 노사 역시 임금 임상과 함께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병원 노동자들의 업무 과중, PA 간호사 관련 대책 등을 두고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다.

강원대학교병원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 관내 타 의료기관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원대학교병원은 강원도 내 유일한 국립대병원으로, 도내 공공의료 기능을 도맡고 있다. 지난달 강원대학교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성인 대상 야간 진료를 일정 기간 중단하기도 했다.

의·정 갈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병원 내 노사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병원들이 전공의 이탈로 인한 진료 수입 감소로 경영난에 처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임금인상, 인력확충, 병원 정상화 등은 병원의 경영상황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관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이른바 빅5(Big5)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건수는 올해 급격히 줄었다. 이들 병원의 초진 건수는 지난해 2월~6월 98만724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65만9865건으로 32.7% 감소했다. 각 병원의 초진 건수 감소 폭은 최소 16.1%에서 최대 42.7%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장 전공의 공백이 해결된다고 해도 진료 건수가 변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올해 초부터 진료나 운영이 위축된 영향이 상당히 누적됐기 때문에 병원 경영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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