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판 짜인 해운동맹…韓, 항로개척·디지털화 ‘잰걸음’ [기후가 삼킨 글로벌 공급망]

입력 2024-10-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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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4. 신(新) 글로벌 3대 해운동맹 시대 개막

하팍로이드·머스크 해운동맹체 ‘제미나이’ 출범
HMM·ONE·양밍 선복량 점유율 11.4%로 수축
해운동맹 재편으로 HMM의 부산항 기항 증가 전망
국내 항만, 환적량 확보 주력…디지털·스마트화

최근 해운업계엔 격변의 돌풍이 불었다. 앞으로 최소 5년간 해운 시장을 구성할 글로벌 3대 해운동맹(오션·제미나이·프리미어)의 새판이 짜였기 때문이다. 해운동맹 재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신흥국 물동량 수요를 반영한 항로 개발에 나서고 항만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초 세계 5위 선사인 독일 하팍로이드는 한국의 HMM이 속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서의 탈퇴를 선언했다. 내년 2월부터 세계 2위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제미나이’ 동맹을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동맹에 잔류한 3사(HMM·ONE·양밍)의 선복량(화물을 싣도록 구획화된 장소) 점유율이 11.4%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한국 해운업계에도 위기론이 퍼졌다.

이후 3사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라는 새 동맹을 구축하고 세계 1위 스위스 MSC와 협력하기로 하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팍로이드가 빠지면서 유럽 항로 유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MSC와 선복교환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선사 간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함에 따라 해운동맹의 재편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HMM 역시 선대(보유 선박) 확충을 통해 얼라이언스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영업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EU가 해운업계의 전략적 동맹을 허용하는 CBER(경쟁법 포괄적용 제외 규정)을 폐지한 데 이어 미국도 법무부와 연방해사위원회(FMC)의 공조를 통해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항로 개척도 고민거리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수에즈운하가 막히면서 북극항로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대체 바닷길로 주목받고 있지만 얼음을 깨고 배가 지나가는 과정 자체가 되레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실제로 MSC와 세계 3위 선사 프랑스 CMA CGM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정적인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한국이 인도발 지중해·북유럽·남미 동안 항로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HMM, SM상선 등 국내 컨테이너사의 운송 노선은 미주와 유럽, 동아시아 지역에 치우쳐 있는 상황이다. 만약 한국 선사들이 물동량 수요가 높은 인도를 거점으로 한 새로운 노선을 미리 선점한다면 안정적인 선복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다.

해운동맹 재편으로 글로벌 해운사의 부산항 기항 횟수가 늘어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일례로 HMM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MSC’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 서비스 항로를 늘렸고, 그에 따라 부산항 기항 수도 2개 증가했다. 이응혁 부산항만공사(BPA) 국제물류지원부장은 “현재 추이로 봤을 때 해운동맹 재편에 따른 해운사의 부산항 기항 횟수는 동일하거나 조금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 항만도 환적량·물동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자동화, 디지털화를 통해 항만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게 자동화됐다. 스마트 터미널로 바뀌면서 무인으로 운영이 되다 보니 안전성도 보장된다”라며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쪽에서) 더딘 편”이라고 강조했다.

느릴지언정 국내 항만에도 혁신의 바람은 불고 있다. 부산항은 블록체인 기반의 ‘체인포털’(Chain portal·항만물류통합플랫폼)을 도입해 화물 추적의 정확성을 높였다. 체인포털이란 항만 관계자 간 실시간 정보공유 플랫폼을 말한다. 실시간 정보 공유로 공컨테이너 재고 관리와 컨테이너 트럭의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부장은 “이전엔 선박이 항만에 들어선 뒤론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아 정박 부두 위치, 입출항 시간 등을 파악하기 힘들었고, 그게 물류대란의 원인 중 하나였다”였다며 “체인포털과 같은 데이터 플랫폼을 이용하면서부턴 화물의 가시성(visibility)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엔 완전 자동화 부두도 개장했다. 신항 7부두에 구축된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은 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이다. 완전자동화 부두는 컨테이너의 하역에서 장치장 이송까지 무인으로 이뤄지는 만큼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작고 친환경적이란 장점이 있다. BPA는 추후 도입 효과 등을 검토해 자동화 부두를 차차 늘려갈 계획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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