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과 연료로 탈탄소 항해 나선 독일 하팍로이드

입력 2024-10-23 05:00수정 2024-10-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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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1. 극한기후에 ‘플랜B’ 찾는 세계

2030년 탄소배출 3분의 1로...2045년 넷제로 달성
이중연료 엔진 장착한 '함부르크 익스프레스' 시리즈
메탄올ㆍ바이오연료 도입..."핵기술 연료도 옵션"

세계 무역의 ‘혈관’ 역할을 하는 해상 운송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극심한 기상이변은 글로벌 물류의 핵심축인 ‘정시성(Schedule Reliability)’을 뿌리째 흔들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 탄소배출 저감이란 과제도 던졌다. 세계 무역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해운업계로서는 ‘효율’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114개 노선을 통해 전 세계 600여개 항구를 잇는 세계 5위 선사,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를 찾아 그들의 ‘탈탄소 항해’를 엿봤다.

‘동맹’, ‘디지털’, ‘탈탄소’를 기치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하팍로이드는 올해 초 ‘2030 전략’을 발표했다. 목표는 두 가지다. 우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22년 대비 3분의 1로 줄인다. 완전 넷제로 달성 시점은 2045년으로,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한 2050년보다 5년 앞당겼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하팍로이드 본사에서 만난 필립 케텔호트(Philip Kettelhodt) 지속가능성 수석이사는 무지개 뜬 알스터강변을 배경으로 직선거리 약 5km 떨어진 함부르크항을 가리키며 “강화된 목표 설정은 유럽연합(EU), IMO의 규제 외에도 고객사들의 요구 영향도 있었다”며 “선박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고 대체 연료를 개발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립 케텔호트 하팍로이드 지속가능성 수석이사가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본사 옥상에서 9월 5일 본지와 인터뷰 도중 설명을 하고 있다. 장유진(함부르크)

그는 선박 탈탄소 방안으로 △친환경 선박 개발 △네트워크 효율성 △기존 배 개조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순항 중이다. 우선 선박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작업에 성과를 내고 있다. 저항을 줄이면서 속도를 높이고, 연료를 덜 사용하는 선박 축조가 핵심이다. 케텔호트 수석이사는 “한국 한화오션과 계약한 ‘함부르크 익스프레스(Hamburg Express)’ 시리즈 12척 가운데 7척을 인도받았고 내년 나머지 5척을 받을 예정”이라며 “최고의 에너지효율을 자랑하도록 디자인됐고, 기존 화석 연료 외에 LNG(액화천연가스), 바이오메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연료 엔진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팍로이드의 ‘함부르크 익스프레스’ 시리즈는 총 12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2만4000TEU급)으로 구성돼 있다. 한화오션이 모두 수주했고, 지난해 1호 베를린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각각 브뤼셀·더블린·에든버러·로마·비엔나·함부르크 익스프레스로 명명됐다. 최신 이중연료 엔진 기술을 사용해 LNG 및 지속가능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 하팍로이드의 탈탄소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선박업그레이드프로그램(FUP)을 통해 개조 작업도 벌이고 있다. 고성능 프로펠러와 유체 흐름에 최적화된 구상선수(Bulbous bow, 조파저항을 감소시키는 역할)로 교체해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선박 111척의 프로펠러가 새로 교체될 예정이고 현재 47척이 새 프로펠러 장착을 마쳤다. 새 구상선수로 개조되는 선박은 50척으로 현재 26척까지 진행됐다.

선박 연료 개발도 고무적이다. 친환경 선박 연료의 조건으로는 효과, 충분한 양, 안전성 등이 꼽힌다. 하팍로이드는 이미 새 기술 개발 후 실제 적용에 들어갔다. 2026년 메탄올 연료 사용이 가능한 선박 5대를 캐나다 선사 시스팬으로부터 인도받을 예정이다. 기존 화석 연료 대비 80%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는 바이오 연료도 22만 톤(t) 주유를 마쳤다. 케텔호트 수석이사는 “장기적으로 암모니아가 흥미로운 대체 연료”라면서도 “관련 기술 발전이 아직 개발 중인 데다가 규제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탈탄소화라는 도전적 과제에 대응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핵 추진 기술 가능성도 검토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팍로이드의 ‘베를린 익스프레스’가 싱가포르 항구에서 첫 LNG 벙커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하팍로이드

‘효율’은 ‘지속가능성’과 동전의 양면이다. 경로 최적화로 항해 시간을 줄여야 탄소배출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 경제 싱크탱크 이포(ifo)의 이코노미스트인 아니타 뵈플(Anita Wolfl)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공급망의 높은 투명성은 구성 요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고 분석해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고 효율성 증대는 운송 경로에서 자원 낭비를 막는다”며 “디지털화는 공급망의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했다.

하팍로이드도 ‘디지털’을 활용해 물류 운송 정시성과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케텔호트 수석이사는 “디지털 기술을 루트 최적화에 활용하고 있다”며 “선박 조종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단순히 거리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날씨도 예측해서 선박을 움직인다. GPS로 컨테이너 위치를 확인하고 루트를 최적화하는데 고객들도 컨테이너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데이터 활용”이라며 “사물인터넷(IoT) 기반 장치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 같은 기술들이 넷제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운동맹’ 강화도 효율을 높이려는 일환 중 하나다. 하팍로이드는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와 손잡고 ‘제미나이 동맹(Gemini Cooperation)’을 출범시켰다. 제미나이 네트워크는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 223개 허브 항구를 연결하는 주 항로 서비스, 소규모 지역을 허브와 연결하는 피더 서비스, 허브와 시장을 연계하는 셔틀 서비스로 이뤄졌다. 물류 운송을 최적화해 효율을 높이고, 정시 도착률 9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필립 수석이사는 “허브앤스포크 개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제미나이 협력은 대기 및 환승 시간을 줄여 네트워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탄소배출 저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부르크(독일)=김서영·장유진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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