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소비 침체, 무신사 등 성장...대항마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
쿠팡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관 론칭을 준비하는 등 패션 사업에 다시 힘을 주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C커머스(China e-commerce)의 저가 의류 공습에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이 타격을 입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특허청에 ‘C.스트리트(C.STREET)’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표가 쓰이는 분야는 의류, 잡화, 신발 등으로 규정했다. 사실상 10~30대를 타깃으로 삼아 젊은 감각의 국내외 스트리트 패션 상품 전문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쿠팡은 현재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 전문관 ‘C.에비뉴(C.AVENUE)’를 운영 중인데, 패션 전문관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셈이다.
앞서 쿠팡은 2020년 C.에비뉴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국내외 패션 브랜드 유통에 뛰어들었다. 쿠팡의 직매입 전략과 익일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옷, 신발 등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경우 무료 반품도 가능하다. 그러다 무신사, 29CM, W컨셉 등 패션 버티컬 플랫폼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주춤하자, 자체 브랜드(PB) 상품 구색을 확대하며 패션 시장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쿠팡이 이번에 스트리트 패션을 앞세워 다시 패션 사업에 힘을 주기로 한 것은 최근 C커머스의 저가 의류 공습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데믹으로 인해 야외활동이 많아져, 패션 소비가 필요함에도 고물가로 인해 소비 여력이 녹록지 않은 우리나라 고객들은 일제히 C커머스로 눈을 돌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4 유통물류 통계집에 따르면 작년 기준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모는 6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6% 성장했다. 관세청이 집계한 올해 1~8월 해외직구 금액도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한 4조3784억 원에 달했다. 직구 품목 1순위는 단연 의류·패션이다.
실제로 C커머스 업체들은 보다 많은 우리나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작년 3월 한국시장에 패션직구 상품관 ‘A.패션’을 론칭한 알리는 무료배송, 무료반품 외에도 국내 유튜버와 손잡고 패션 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테무 뿐만 아니라 쉬인까지 일제히 올 상반기 한국에 진출했다. 특히 싱가포르가 본사인 쉬인은 중국계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150여 개 국가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며 월간 전세계 이용자 수는 3억 명에 달한다.
C커머스의 이같은 패션 시장 공습에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 통계에 따르면 8월 온라인 패션·의류 부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7.8% 줄었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 감소폭이다. 월간 온라인 패션·의류 부문 매출 증가율은 작년 12월부터 8월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온라인 패션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지만, 쿠팡은 패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고물가에도 패션에 지갑을 여는 10·30세대를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C.에비뉴는 이미 검증된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만 취급했다면, C.스트리트에서는 신진 브랜드나 입소문을 탄 젊은 감각의 스트리트 패션을 취급하고, 보다 가격대도 저렴하게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C커머스에 뺏겼던 젊은 직구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가 한국에 속속 상륙하면서 중국산 저가 의류 직구가 과거보다 더 늘어 난 건 사실”이라면서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도 위기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C.애비뉴에 이어 스트리트 패션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