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중소중견부 부장
중소기업은 흔히 우리 경제의 ‘허리’로 통용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기업 수와 81%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는 804만2726개로 전년 대비 32만8831개(4.3%) 증가했다. 종사자는 1895만6294명으로 전년 대비 46만3680명(2.5%) 늘었다.
중소기업이 기업 경영에 있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로 인력난이 꼽힌다. 산업계 전반의 인력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 부족률은 31만6000명(2.8%)에 이르고 특히 제조 중소기업은 8만6000명(3.3%)으로 더 많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한데, 300인 미만 사업체의 올해 1분기 미충원율은 8.7%로 300인 이상 5.8%로 높아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 부족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상기했듯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비롯해 수도권 선호, MZ세대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 등이 원인이다. 여기서 취업 호감도와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2년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취업 여건을 고려해 희망 직종에 빠른 취업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최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원하는 직종에 빨리 취업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비롯해 자기계발과 커리어를 추구하는 MZ세대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대다수 청년 구직자는 여전히 대기업, 공기업과 같은 안정된 직장을 선호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복리후생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인재 유출도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요인이다. 구직자가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핵심 인재로 성장하면 대기업에서 빼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한 취업 포털의 설문에 따르면 올해 2월 대졸자 중 미취업자들이 입사를 포기한 가장 큰 원인은 ‘처우 불만족’이었다. 입사를 포기한 이들 2명 중 1명이 합격한 기업의 연봉 수준 등 처우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또 신입직 구직자들이 입사할 기업을 고를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조건 1순위로 ‘연봉’을 절반 이상 선택했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이 300인 이상 사업체 대비 60% 미만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취업의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를 도입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근로자가 우대 저축공제를 통해 월 10만 원을 내면 기업이 지원하는 2만 원(개인납입금의 20%)과 5년 만기 시 금리 5%, 과세를 적용해 개인 납입금 600만 원에 약 200만 원을 더해 총 805만 원을 받는 방식이다. 청년의 자산 형성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취업 촉진과 장기 근속을 유인하는 셈이다.
이 제도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계의 적극적인 동참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 역시 기업 납입금에 대해 소득세 및 법인세를 감면해 중소기업 참여를 도울 계획이다. 저축공제를 비롯해 중소기업 전체 종사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들이 많아져 인력난 해소의 토대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