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실시되면 저가약 위주로 산업 재편돼 매출 위축 우려
특히 의사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은 제약업계는 이번 사업이 전면화 될 경우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이유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7년 부터 이듬해까지 약 10개월에 걸쳐 국립의료원에서 실시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 연구용역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약품을 특정 제약사의 제품명이 아닌 의약품의 일반명칭으로 기재ㆍ처방하는 것으로 복지부는 성분명 처방을 통해 약제비 절감과 보험재정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복지부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시범사업 기간 평균 성분명 처방률은 31.76%로, 대상 환자 2만1975명 중 6979명이 성분명으로 처방을 받았다.
성분명 처방에 따른 약제비 절감 규모는 10개월간 212만원으로, 이를 상품명 처방(평균가)으로 대체했을 때의 총 약제비 4642만원 대비 4.6% 규모였다. 또한, 성분명 처방의 경우 같은 성분의 의약품중 최고가로 조제되는 비율이 낮았다.
환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30명중 20명인 66.6%가 성분명 처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집 근처 약국을 주로 이용한다고 답한 환자는 16.7%인데, 성분명 처방제를 시행할 경우 집 근처 약국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40%로 증가했다. 특히 성분명 처방제를 시행하면 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80%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이 성분명 처방의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약제비의 소폭 절감 등 국민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의미는 있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범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분명 처방의 효과를 다양하고 면밀하게 분석해 보기 위해 관련단체 등과 향후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사회 측은 앞서 지난 2007년 이 시범사업이 실시됐을 때에도 집단휴진을 감행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했던 만큼 정부가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할 경우 당시 못지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의사회가 이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성분명처방이 의료법에 명시돼 있는‘처방권’을 부정하는 위법적인 소지가 있고, 같은 성분이라도 회사마다 기술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약효가 제각각 달라 환자에 따라서는 이것이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회가 반대하는 이유가 실제로는 의사의 기득권이 약사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성분명처방이 본격화될 경우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의사중심의 마케팅 판촉에서 탈피해 약사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고 이는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 만큼 업계 최대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사업에 반대하는 의사회와 찬성하는 약사회 간의 파워게임을 현재로서는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성분명처방이 리베이트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 실은 의사와 약사 양쪽 모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해야만 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기에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우선시 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며 "저가약 위주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제약산업 전반에 걸쳐 외형적 하락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