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당시 여야 합의가 불발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추가 2년 유예안’을 다시 논의선상에 올리려는 여권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당은 잇달아 토론회를 개최하고 중견기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중처법 완화 논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 의무를 강화한 중처법은 올해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되기 시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 경영부담을 가중시키고 노동시장을 경색시키는 불합리한 법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0일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과 간담회를 가진 직후 게시글을 올려 중처법 완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기업경영 부담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입법’ 등이 담긴 정책 개선 과제를 한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당 차원의 토론회도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우재준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규제와 처벌만이 해법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경영진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기보다 사업주가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주에 대한 엄벌주의’보단 모범 기업에 대한 ‘혜택 부여’ 방식으로 제도 방향을 틀어야 한단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서범수 사무총장도 지난달 22일 ‘건설현장에서 바라본 중대재해처벌법’ 토론회를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확대 적용의 유예 필요성을 다시 조명한 바 있다.
일찍이 여당은 22대 국회 개원 후 ‘중처법 추가 2년 유예법’(임이자 의원 안)을 신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의원 안이 발의된 당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만나 신속한 법안 처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중처법 유예는 여당이 발표한 ‘당론 1호 법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당이 중처법 완화에 힘을 싣고 있지만 여야 간 논의에 속도가 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1일 중소기업 업계 대표들과 국회에서 진행한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사업주 처벌 수위’를 완화해달라는 요청에 “민주당 입장에서 동의가 안 된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그 자리에서 이 대표는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한 해 재해사고 사망자가 600∼700명 된다. 한 해 600∼700개 집안이 망하는 것”이라며 “이익을 보는 사람이 책임지자는 것이 법 취지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중처법 추가 2년 유예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처리 여부를 두고 샅바싸움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21대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자동폐기되면서, 22대 국회는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단 숙제를 떠안았다.
21대 협상 당시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법안 처리 조건으로 내걸었고, 여당에서 이를 수용해 ‘중처법 적용 2년 유예, 산업안전보건청 2년 후 개청’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야당이 협상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합의가 최종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