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이용 시 월 238만 원 들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음 달 3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시행을 앞두고 외국인 돌봄 인력과 관련한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을 단순히 법무부의 외국인 비자 허가나 고용부의 노동정책 문제로 각각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미래 아젠다로 정하며 국회와 지자체, 관계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종합적 논의와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내달 3일부터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가운데 서울시는 최종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157가정을 선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하루 8시간 이용할 때 월 238만 원의 임금이 들어 보통 맞벌이 가정이 이용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또 최종 선정 가구가 이른바 ‘강남 3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서비스 개시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어렵게 도입한 제도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라며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돌봄 인력 도입해 봐야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경우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 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 원인데 한국의 이용가정은 월 238만 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맞벌이 가정이 이용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육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드리겠다는 것이 당초에 제가 제도 도입을 제안한 취지였는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때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헌법상 평등권은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인 평등권”이라며 “필리핀이나 앞으로 (돌봄 인력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나라에서는 우리가 드리는 인건비가 몇 배의 수준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관찰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외국인 돌봄 인력 문제와 관련해서도 관계 부처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봤다. 현재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특정활동(E-7) 비자 대상 직종에 ‘가사사용인’ 추가 등을 법무부에 제안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의 제안에 대해 법무부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삶의 현장에서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코앞에 닥친 현실에 비하면 법무부의 대처는 매우 안이한 느낌”이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가 이용 가정과 가사관리사 모두 윈윈(win win)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국회의원도 “가사도우미의 돌봄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고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 합리적 차별까지 금지하는지는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라며 “최저임금 적용·결정 기준에 비춰보면 이 부분에 대한 합리적 차별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외국인력에 최저임금 감액을 적용하는 것은 ILO 협약 및 주요국, 헌법 및 국내법(근로기준법)을 고려해볼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ILO 협약을 위반하게 되면 ILO의 문제 제기는 물론 EU·미국 등 주변국과의 문제도 불거질 소지가 있다.
김정탁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필요한 노동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서울시와 고민을 해왔고, 현재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라며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같이 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