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지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특히 식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식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30대 중반부터는 식사를 잘 관리해야 건강을 유지하고 업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건강한 식습관에 대하여 이해하려면, ‘혈당치’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포도당, 즉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치가 올라간다. 건강한 사람의 혈당치는 공복일 때 80~90 mg/dL 전후인데, 여기서 식사를 하면 한 시간 후에 120 정도까지 올라간다. 올라간 혈당치에 반응하여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면 혈당이 하강하게 된다. 혈당치가 완만하게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것이 우리 몸의 건강한 반응이며, 혈당치가 70~140 사이로 안정되었을 때 뇌를 비롯한 우리 몸 전체가 안정적인 기능을 유지한다.
하지만 캔커피, 청량음료나 과일주스와 같은 액체 상태의 탄수화물을 먹으면, 먹자마자 혈당치가 올라가기 시작해서 30분 후에 정점에 다다른다. 이것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 후에는 췌장에서 다량의 인슐린이 분비되어, 그 결과 혈당이 단숨에 하강하게 된다. 혈당치가 뚝 떨어지면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초조해지거나 졸음이 느껴지는 불쾌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혈당이 오르면서 들떴던 기분을 또 다시 느끼기 위해 탄수화물을 갈구하게 되는 ‘탄수화물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탄수화물 중독 상태에 췌장이 너무 혹사당하다 보면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다. 뇌를 비롯한 인간의 몸은 포도당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조절하지 않으면 중독에 빠질 만큼 탄수화물을 먹고 싶어 하기에 조절이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올바른 식사에 대하여 알아보자. 살이 찌는 주된 원인은 ‘탄수화물’이다. 혈액 속 포도당이 늘어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남은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서 간이나 근육세포에 저장하고, 이후에도 남는 포도당은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지방세포에 쌓인다. 이에 비만이 되지 않으려면 매일 먹는 탄수화물의 양을 줄여야 하고, 대신에 질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올리브유는 대표적인 질 좋은 지방이다. 빵을 그대로 먹기보다는 지질과 함께 먹으면 급격한 혈당치 상승을 막을 수 있다. 빵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발라 먹는 것이 가장 좋고, 버터를 좋아한다면 버터와 함께 먹는 것이 빵을 그냥 먹는 편보다 낫다.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에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불포화지방산 등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 들어 있어서, 출출할 때를 대비해 견과류를 상비해 놓는 것이 좋은 습관이다.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70% 이상인 것으로 골라 먹으면, 항산화 작용이 있는 폴리페놀이 풍부하여 소량의 간식으로 훌륭하다. 단, 설탕이 많이 들어간 초콜릿은 피해야 한다. 단백질 보충제는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콩은 질 좋은 식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며,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빈은 체내 유해물질을 낮추는 항산화작용을 하기에 우유 대신에 두유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치즈 역시 혈당을 많이 올리지 않고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 출출할 때 먹을 것을 권한다.
먹는 순서 역시 중요한데,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먹으면 탄수화물을 적게 먹게 되어 체중을 감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혈당치를 크게 올리지 않고 살이 찌지 않는 데 효과적이다. 식사할 때는 혈당치가 크게 상승하지 않도록 배가 70% 정도 부를 때까지만 먹고, 식후에 운동을 하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좋다. 의학적으로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도 되찾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