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도…5대 은행, 가계대출 한 달 새 7조 이상 불어나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 체계가 꼬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동시에 가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당국의 압박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잡히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이 9월부터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여 시장 금리는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은행권의 예대마진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5일부터 상당수 수신(예금)상품 금리를 일제히 최대 0.2%포인트(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고정금리 1.90~2.90% 수준인 ‘국민수퍼 정기예금’(6개월 이상 계약 상품)은 전체 금리 수준이 1.90∼2.70%로 조정된다.
단위기간 금리 연동형 상품 금리 역시 최대 0.15%p 낮아져 연동(회전) 단위기간별로 1.85∼2.40%인 금리 범위가 1.85∼2.25%로 바뀐다. 일반 정기예금의 금리는 계약기간(1개월∼3년)에 따라 0.15∼0.20%p 떨어지고, 회전형 장기정기예금의 금리도 2.55%에서 2.35%로 0.20%p 하향 조정된다.
신한은행은 이미 이달 2일부터 3년 이상 수신상품의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0%p 일제히 낮췄다.
정기예금(신한S드림정기예금·쏠편한정기예금 등)의 경우 상품별로 0.05∼0.20%p 내려 모든 상품의 금리가 2.95%로 같아졌고, 적립식예금(신한연금저축황적금·신한S드림적금 등)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각 0.10∼0.20%p, 0.05%p 떨어졌다.
신한ISA정기예금의 경우 16일부터 3.00%에서 2.95%로 0.05%p 낮아질 예정이다.
이러한 시장금리 인하 흐름에도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통상 예금 금리가 하락하면 일대출금리도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030∼5.204%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19일(연 2.840∼5.294%)보다 하단이 0.190%p 높아진 수치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030∼6.548%)의 하단도 0.070%포인트 인상됐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45%에서 3.204%로 0.141%p 낮아지고,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520%로 유지된 사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권이 앞다퉈 가산금리 추가,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총 4차례나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올렸던 국민은행은 이달 2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0.3%p 또 상향 조정했다. 국민은행은 다주택자 주담대까지 제한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15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p씩 높였고 29일에도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p 인상한 데 이어 오는 7일부터 주담대·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p 추가로 올린다. 신한은행 역시 약 20일 만에 네 차례나 대출 금리를 높이는 셈이다.
이같은 예금·대출금리와 은행 예대마진 확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부터 잇따라 ‘빅컷’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며 시장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여전히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랠리에도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7383억 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 원)과 비교해 한 달 사이 7조1660억 원 늘어났다.
결국 이렇게 벌어진 예대금리 격차는 은행 예대마진 확대 현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대출금리의 경우 가계대출 급증을 고려할 때 쉽게 낮추기 어렵다"면서 "결국 예대마진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