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7곳이 동전주…‘천덕꾸러기’ 된 국내 증시 中 상장사

입력 2024-07-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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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 중 상당수가 ‘동전주’로 전락하고, 다수의 시장 조치를 받으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국내 증시의 글로벌화, 차세대 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외국 상장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상장 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 10곳 중 씨엑스아이·오가닉티코스메틱·컬러레이 등 총 8곳이 동전주(주가가 1000원 미만인 주식)다. 또 다른 중국 상장사 윙입푸드(26일 종가 1798원)와 GRT(3225원)만 동전주를 벗어났다. 동전주는 주가가 저렴해 변동성이 심하고, 외부 세력에 의해 ‘작전’에 이용될 우려가 크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과 차이나디스카운트가 계속 이어지면서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SNK는 국내에 상장한 지 약 1년 만에 직전년도 영업이익보다 많은 규모의 배당을 시행했는데, 당시 중국계 지분율이 60%에 달해 ‘자본 유출’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8월 임직원들에게 행사가가 1주당 1원에 불과한 스톡옵션을 교부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2021년, SNK는 상장 2년 만에 자진 상장폐지했다.

약 21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2011년 ‘고섬 사태’를 잊지 않은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종목코드 900(중국 상장사의 종목코드 앞 3자리)은 거른다’, ‘왜 중국 상장사가 한국에 들어와서 물을 흐리냐’라는 등 반감이 거세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중국 상장사 10곳 중 시장 조치를 받은 곳은 6곳으로 절반을 넘고, 조치의 유형도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스웰은 작년 8월,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 공시 법인에 지정됐었다. 윙입푸드는 올해 3월, 헝셩그룹은 5월에 각각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작년에는 한 중국 상장사 경영진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적발되기도 했다.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는 상황에서 수백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원활히 성공시킬 목적이었다. 이들은 유상증자 결정 발표 후 산정 기간 중 3만4000여 회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했고, 발행가액을 상승·유지해 모집금액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기업들이 한국에 상장하는 이유는 상장 시 가치를 더 높게 받을 수 있고, 성공 가능성이 큰 탓이다. 특히 한국거래소의 경우 상장 유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07년 처음 국내 증시에 외국 기업이 상장했는데, 당시만 해도 미비했던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여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자 했다”라며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거래소를 표방하고 있는 점도 상장을 허용한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증시 레벨업을 위해선 차이나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국 상장기업들의 신뢰 문제가 국내 자본시장의 물을 흐리지 않게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중국 기업들은 현금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금융당국과 유관기관들은 중국 외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선진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올 수 있도록 다각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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