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손님일까 이웃일까' 서서울호수공원 너구리 가족 [포토로그]

입력 2024-07-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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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먹이를 구하러 은신처에서 나온 너구리. 신태현 기자 holjjak@
▲시민들의 산책로 곁에 너구리의 보금자리가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비가 그쳤어요'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은신처에서 나온 새끼 너구리. 신태현 기자 holjjak@

장마가 계속되던 7월의 어느 날, 비가 소강상태를 보일 때마다 야생 너구리가 모여 산다는 서울 양천구의 서서울호수공원을 찾았다. 능골산을 낀 이 공원은 원래 정수장으로 쓰던 땅을 친환경 공원으로 조성해 2009년 개장한 곳이다.

▲'강아지야 너구리야' 새끼 너구리 한 마리가 기자의 신발 위에서 구르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강아지야 너구리야' 새끼 너구리 한 마리가 기자의 신발 위에서 구르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강아지야 너구리야' 새끼 너구리 한 마리가 기자의 신발 위에서 구르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덤불에서 튀어나온 새끼 너구리 한 마리가 기자의 신발 위에서 뒹굴며 애교를 부렸다. 먹을 것을 달라는 모양새다. 너구리는 잡식성이다. 산에서라면 쥐·곤충·열매 등을 먹었겠지만 이곳에선 사람이 주는 사료와 간식을 먹는다.

▲새끼 너구리들이 사람이 준 사료를 먹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새끼 너구리들이 사람이 준 사료를 먹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먹이주면 안돼요' 너구리가 사람이 준 먹이를 먹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생태계 파괴로 기존 서식지에서는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지만, 도심에서는 인간의 개입으로 굶주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너구리는 적응력이 뛰어나다. 도심으로 내려오는 너구리 개체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10월 서울 은평구 녹번동, 강남구 대모산, 중랑구 봉화산, 성동구 서울숲 등 59개 지역에 센서 카메라 203대를 설치해 관찰한 결과 25개 자치구 중 24개 자치구에서 너구리가 포착됐다. 서울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한 너구리도 2018년 49마리에서 작년 80마리로 63.3% 증가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야생동물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산지와 구릉의 너구리 서식밀도는 2018년 1㎢당 3.3마리에서 작년 1㎢당 2.8마리로 줄어들었는데, 개체 수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일부 너구리가 산지와 구릉에서 도시로 넘어왔다는 뜻이 된다.

▲서서울호수공원 한쌍의 너구리. 너구리는 일부일처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서울호수공원 한쌍의 너구리. 너구리는 일부일처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곳을 터전으로 삼은 너구리는 어림잡아 10여 마리 이상이다. 야행성인 너구리들은 공원 곳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낮엔 주로 휴식을 취하고 밤에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닌다.

▲'여긴 우리 구역이다냥' 서서울호수공원 고양이 구역에 사는 길고양이. 신태현 기자 holjjak@
▲'여긴 우리 구역이다옹' 서서울호수공원 고양이 구역에 사는 길고양이.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서울호수공원엔 길고양이들도 모여 산다. 너구리는 너구리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각자의 구역에서 삶을 이어간다. 서로의 먹이를 노리는 ‘전쟁’ 같은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다. 공급원이 다양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듯했다.

▲'야 얘도 코가 길다' 기자의 카메라가 신기한듯 경계하지 않고 다가왔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사람을 구경하는 너구리, 서로의 거리가 0.5m도 채 안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너구리는 경계심이 없고 호기심이 많다. 이곳에서 자란 너구리들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렌즈를 가까이 대자 도망은커녕 코앞까지 다가왔다.

▲주민들에게 너구리들은 호수공원의 '인기스타'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가져가면 안돼요' 새끼 너구리들이 한 어르신이 꺼내놓은 부채를 가져가고 있다. 너구리는 호기심이 많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사람을 구경하는 너구리, 지나가는 시민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느껴진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아이 깜짝이야' 종종 너구리를 싫어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그림자여도 아파요' 종종 너구리를 싫어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런 성격 탓에 누군가에겐 관심을, 누군가에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지역 주민들은 너구리들이 익숙한 듯했다. 기자를 만난 한 60대 주민은 “(너구리를 본지) 몇 년 됐다”면서 “밤에 산책을 하다보면 너덧 마리는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너구리가 살고 있어요', 사실 사진 속 동물은 너구리와 생김새만 비슷하지 전혀 다른 종인 '라쿤'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같은 개과 동물입니다' 너구리가 반려견을 경계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하지만 너구리는 엄연한 야생동물이다. 감염병 전염이나 물림 등 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 너구리와 접촉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마냥 너구리를 혐오의 대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서울시는 2006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너구리 등 야생동물용 광견병 미끼 예방약을 살포하고 있다. 살포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야생동물로 인한 광견병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 하늘엔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지나가고 땅엔 너구리가 산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산책로로 나온 서서울호수공원 야생 너구리. 신태현 기자 holjjak@

은신처가 다양하고 먹이를 구하기가 쉬운 공원은 너구리가 머물기 알맞은 곳이다. 추세대로라면 이곳뿐만 아니라 ‘길고양이’처럼 ‘길너구리’를 도심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도 있다. 너구리들이 야생성을 유지하며 인간과 공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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