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정은 ‘마라탕과’일까 ‘탕후루과’일까? [해시태그]

입력 2024-07-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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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따라가기 쉽지 않은 트렌드 속도 속 가장 민감한 주제가 있다면 바로 ‘음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먹을 것에 누구보다도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그 진심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또 전파하는 데 애쓰는데요. 맛있는 건 또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이 도리죠.

그렇기에 순식간에 한 음식이 거리를 점령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또 한 음식은 모든 음식을 포용하며 발전하기도 하고, 발전이 지나쳐 본래 그 주체를 잃기도 합니다. 그래도 ‘맛있다’의 근본을 잃지 않으면 그 음식은 살아남는데요. ‘살아남는 자가 이긴다’의 끝판왕이 있다면 바로 음식이죠.

마라탕 다음에 탕후루. 심지어 ‘마라탕후루’라는 노래까지 등장한 당연한 순번이었던 이 과정이 요즘 사라지고 있는데요. 탕후루의 시대는 가고, 새로운 디저트가 등장한 거죠.

(출처=요아정 홈페이지 캡처)

바로 요아정입니다. 요아정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의 줄임말을 상표명으로 내세웠는데요. 올해부터 그 이름이 길거리에서 유독 눈에 띄고 있죠. 왠지 모를 익숙함은 그저 느낌만이 아닙니다.

2021년 1호점을 연 요아정은 그 가맹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요. 지난달 27일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요아정은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2021년 매장 수 99개에서 2022년 158개, 2023년 166개로 늘었습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요아정 매장은 350개가 넘죠. 이는 ‘배스킨라빈스’와 ‘설빙’을 이은 수치입니다.

요아정 운영사 트릴리언즈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맹 문의로 현재 업무가 마비됐다”며 “홈페이지로 가맹 문의를 작성해주면 순차적으로 전화를 주겠다”고 공지할 정도인데요. 트릴리언즈 매출은 2021년 5억 원에서 지난해 50억9600만 원으로 2년 만에 10배 이상 뛰었죠. 같은 기간 영업 이익도 1억1600만 원에서 2억8700만 원으로 약 2.5배 늘었습니다.

5월 30일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도 요아정 가맹점이 등장했는데요. 당시 그룹 엔믹스(NMIXX) 멤버 해원이 서울 서대문구 요아정에 방문해 일일 아르바이트를 진행했는데, 가맹점주는 “평균 하루 매출 한 500만 원 이상 나오는 것 같다”며 “매일 꾸준히 하면 한 달에 억대 매출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놀라움을 사기도 했죠.

(출처=요아정 홈페이지 캡처)

요아정의 인기의 시작은 어찌 보면 탕후루와 같습니다. 10대들의 픽을 받은 거죠. 탕후루에 견줄만한 달달함을 유지하면서도 인스타그램용 사진까지 잘 나올 수 있는 디저트로 딱이었는데요.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려놔도 그 모양과 색, 분위기까지 만족할 만한 이미지라는 평가를 받았죠.

‘이가 다 썩을 것 같은 맛’이란 부모님들의 지독한 평가를 받던 탕후루와 다르게 ‘건강함’을 표방하고 있는 점도 인기 요인인데요. 요아정의 캐치플레이즈 자체가 바로 ‘건강한 디저트’입니다. 요아정은 맛과 건강을 모두 갖춘 건강 디저트라는 콘셉트를 표방하는데요. 제철에 먹는 싱싱한 생과일, 자연산 벌집꿀, 또 건강하고 맛있는 토핑을 제공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요아정은 ‘마라탕과’에 가까울까요?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연합뉴스)

요아정은 마라탕의 대체재라기보다 마라탕에 가깝다는 평도 많은데요. 이것은 분명 ‘마라탕과’라고 외치는 이들의 주장 또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첫 번째 이유는 가격입니다. 요아정은 토핑이 아무것도 없는 플레인 맛은 1인(150g) 기준 4500원, 2인(300g) 기준 8000원인데요. 그래놀라와 벌집 꿀, 초코링 등 토핑을 추가할 경우 1만~2만 원을 훌쩍 넘죠.

여러 토핑을 추가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이 상황. 아주 익숙하죠. 마라탕과 그 가격만큼 비슷합니다. 이 요아정은 토핑 없이 먹는 경우는 드문데요.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자신만의 커스텀 메뉴를 내놓은 것도 ‘토핑 가득’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17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입짧은햇님이나 걸그룹 엔믹스의 해원, 가수 강민경 등이 관련 제품을 콘텐츠로 다루면서 관심도가 커졌죠. 일명 ‘요아정 꿀조합’이란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을 가득 채웁니다.

‘자몽 가득+연유+벌집꿀+초코링’, ‘벌집꿀+딸기+그래놀라’, ‘벌집꿀+바나나+콘프레이크+그래놀라+후르츠링+초코시럽’ 등 저마다의 꿀맛 조합이 쏟아지는 중이죠.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요아정은 ‘마라탕과’에 속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데요. 결론은 이 요아정이 얼마나 살아남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국내 디저트 트렌드가 워낙 빨리 바뀌는 건 너무 익숙한 풍경이죠. 대왕 카스텔라, 생과일주스, 흑당버블티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저트들처럼 반짝하고 사라지는 트렌드가 될 수 있는데요. 지난해 전국에 돌풍을 일으켰던 점도 탕후루도 최근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라탕은 최고 인기를 구사하던 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은 음식업계 대표 업종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상태죠. 백반, 분식, 중화요리와 같은 카테고리처럼 말입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수요에도 딱이었다는 평가를 받죠.

그렇다면 ‘요아정’은 마라탕과 탕후루의 양 갈래 중 어떤 길로 가게 될까요?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남게 될지 혹은 디저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될지… 그 길의 끝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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