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치고 유니폼도 팔고…김도영 맹활약에 '해저씨'도 부활했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4-08-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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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도영이 6회말 1사 1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프로야구(KBO)의 열기가 뜨겁디뜨겁습니다.

85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그야말로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먹보의 민족' 한국인은 야구 경기 관람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야구장별 '먹킷리스트'(꼭 먹어야 하는 버킷리스트)가 공유되고, 야구장 인근 방문해야 하는 식당 정리본까지 확산하면서 외식업주들의 함박웃음까지 부르고 있죠.

여기에 화려한 굿즈까지 더해지니 즐거운 비명이 나옵니다. 역시 가장 인기가 좋은 건 구단별 유니폼인데요.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과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원정 응원을 떠나는 건 짜릿한 일이죠. 최근 각 구단은 대중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나 캐릭터와 지식재산권(IP)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면서 특별함을 더합니다. 귀여운 캐릭터는 출시와 함께 오픈런과 품귀 현상까지 빚습니다.

각양각색의 유니폼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이름이 있습니다. KBO리그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KIA 타이거즈, 그중에서도 '김도영'(21)의 유니폼인데요. KIA 팬들 사이 김도영 유니폼은 없어서 못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도영은 KIA의 스타플레이어 중에서도 단연 '슈퍼스타'로 꼽히는데요. 광주의 한 KIA 팬이 '도영아, 너 때문에 산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플래카드의 문구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가 TV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눈길을 끌었죠. 결국 이 유행어는 하나의 관용구(?)로 자리를 잡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별한 건 김도영의 맹활약에 전 세대가 주목하고 있다는 겁니다. 올해 야구의 부흥을 책임진 젊은 세대뿐 아니라 'KBO리그 최초의 왕조'라는 찬란한 경험이 있는 '해태 타이거즈' 시절 중장년층 팬까지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를 목청껏 외치고 있죠.

▲KIA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이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부상 악재 속…2위 삼성과 '1위 결정전' 벌인다

KIA는 27일 오후 4시 기준 121경기 71승 2무 48패, 승률 0.597로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시즌 70승 고지에 선착하면서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도 76.5%로 끌어 올려놨죠. 7년 만의 정규리그 1위 확정을 향해 막판 스퍼트만 펼치면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초대형 악재가 터졌습니다. 팀 1선발 투수로 뛰어온 제임스 네일이 24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얼굴을 맞고 턱관절 골절 부상을 당한 건데요. 네일은 이튿날인 2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네일은 올해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4의 성적을 거둔 특급 에이스입니다. 당장 남은 정규시즌에 나설 수 없는 것은 물론, 당분간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할 시점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타구에 안면을 강타당한 공포감에 심리적인 안정도 필요합니다. 우선 KIA는 네일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죠.

정규시즌 남은 23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지는 고민입니다. 정규시즌 마지막 한 달간 1위 자리를 수성하면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의 자격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일의 이탈이라는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 KIA인데요. 이럴 경우 믿을 만한 선발진엔 베테랑 양현종, 에릭 라우어가 남습니다.

사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36승을 거둔 라우어는 한국 무대 3경기에서 널뛰기 투구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터라, 가장 신뢰할 만한 투수는 양현종이 유일합니다.

KIA는 5월 이래 선발 투수의 줄부상으로 마운드 운용에 고전해왔습니다. 1선발 투수 윌 크로우는 5월 초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4선발 투수 좌완 이의리는 왼쪽 팔꿈치에 메스를 대기로 하고 5월 말 시즌을 조기에 접었죠.

여기에 5선발로 로테이션을 지키던 좌완 윤영철마저 지난달 중순 척추피로골절 증세로 이탈했습니다. 애초 3주 재활을 목표로 했지만, 글쎄요. 복귀 시기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론 네일, 양현종이 규정 이닝을 채우고 선발진의 양축으로 맹활약했습니다. 그런데 네일마저 쓰러지면서, 이젠 양현종이 선두에 서서 후배들과 함께 잔여 경기를 풀어가야 할 막중한 책임과 부담감을 떠안게 된 상황입니다.

KIA 입장으로선 정규리그 1위를 수성해야 네일의 복귀를 2주 이상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정규리그 1위를 못하고 포스트시즌에 들어간다면 한국시리즈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되죠.

KIA는 SSG와 주중 3연전을 마치면 대구로 넘어가 삼성과 주말 2연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다만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듯, 네일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KIA에 있어서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야 한다는 선명한 목표의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키움의 경기. 5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KIA 김도영이 투런홈런을 치며 30홈런-30도루 최연소 기록을 달성,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미소를 짓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 이유 있었네…최초·최연소 기록 이어간다

다행히 KIA는 김도영을 필두로 강력한 타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팀 타율, 팀 득점 1위, 팀 OPS(출루율+장타율) 모두 1위입니다.

이 중에서도 김도영은 최초·최연소 기록을 속속 경신 중입니다. 이제는 '제2의 이종범'이 아닌 '제1의 김도영'으로 본인의 야구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죠.

김도영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방문 경기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는데요. 전날까지 29홈런-33도루를 기록했던 김도영은 3-1로 앞선 5회 초 중월 투런포를 날려 20세 10개월 13일의 나이로 KBO리그 최연소 30홈런-30도루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기존 기록은 박재홍 해설위원이 현대 유니콘스 소속 시절 세웠던 22세 11개월 27일로, 기존 기록을 2년 넘게 앞당긴 겁니다.

KBO리그에서 30-30 기록이 나온 것조차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 이후 9년 만이며 역대 9번째 기록이죠.

또 111경기 만에 30-30 기록을 세워 테임즈의 종전 최소 경기 30-30 기록(112경기)도 경신했습니다.

김도영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은 대선배들을 차례차례 밀어냈습니다.

지난달 23일 NC와의 홈 경기에선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4번의 타석에서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차례대로 기록하는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작성해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의 도파민을 폭발시켰는데요.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는 1996년 당시 롯데 자이언츠 김응국이 유일하게 기록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응국은 안타를 친 다음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고 이후 2루타와 3루타, 홈런을 차례대로 날렸죠. 그런데 김도영은 아웃카운트 없이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쳤죠.

여기에 4월 한 달간 10홈런 14도루를 기록하면서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고지를 밟았고요. 역대 5번째로 전반기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고, 전반기에만 월간 최우수선수상(MVP)을 두 차례나 받았습니다.

맹활약에 젊은 팬은 물론, 해태 타이거즈 시절 '해태 왕조'를 경험했던 '해저씨'(해태 타이거즈+아저씨) 팬들의 함성도 커졌습니다. 유튜브 등에 게재된 김도영의 경기 클립 영상에는 수많은 중장년층 팬들의 애정 어린 댓글이 이어집니다.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아빠가 해저씨인데 아들, 딸은 '야'라고 불러도 김도영은 '도영이'라고 부르더라", "우리집 해저씨는 도영이 성적 읊는 게 일상 루틴", "김도영에겐 백만 양아버지가 있다" 등 반응이 나와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한 네티즌은 "해저씨들이 김도영에게 미치는 이유가 있다"며 "실력뿐 아니라 스타성까지 정말 이종범을 연상케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출처=KIA 타이거즈 팀스토어 캡처)

유니폼 수익까지 톡톡…젊은 팬도 '해저씨'도 "스페셜 유니폼 샀어요"

이 같은 김도영의 맹활약은 인기로 이어졌습니다. 김도영은 인기의 척도이자 선수의 자부심인 유니폼 판매량에서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는데요. 올해 6월까지 팔린 김도영의 유니폼은 2만 장이 넘습니다. 10개 구단을 통틀어 최다 판매 기록인데요. KIA가 2년 전 유니폼 판매를 직영으로 바꾼 뒤로 올 시즌 김도영보다 유니폼을 많이 판 선수도 없었죠.

KIA는 26일 오후 4시 팀스토어 사이트를 통해 김도영의 스페셜 유니폼 사전 예약을 오픈했습니다. 유니폼은 KBO리그 최초 월간 10-10 달성 기념, 최소 타석(4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 기록 기념 총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는데요. 팬들 반응은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죠.

이날 X(옛 트위터)에는 "팀스토어 로그인이 안 된다"는 성토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팀스토어'는 X의 실시간 트렌드 2위까지 올랐는데요. 기념 유니폼을 구매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신규 로그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겁니다. 유니폼 예약 판매 사전 공지를 했던 터라 접속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긴 했으나, 그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죠. 유니폼을 구매하려던 팬들은 "다들 진정해라. 이거 선착순 아니고 예약 판매", "50분째 로그인이 안 된다. 샀으면 (사이트에서) 나가라" 등 농담 반 협박 반(?) 반응을 쏟아냈는데요.

스포츠·연예 전문 매체 OSEN에 따르면 이날 유니폼을 구매한 사람은 5만여 명에 달합니다. 유니폼 한 장에 13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하루에 무려 70억여 원어치가 팔려나간 거죠. 이번 유니폼 판매는 하루에 그치지 않고 30일까지 예약을 받는 구조라, 매출은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상품 기획과 판매를 총괄하는 유재욱 광고·상품 워킹그룹장은 OSEN에 "1만 장에서 1만5000장 정도를 예상했는데 훨씬 웃돌았다. 첫날 접속자가 200만 명이 넘어 로그인 장애가 생겼다. 분당 최대 1000건이 판매됐다"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세 배 정도 유니폼 판매량이 늘었다. 유니폼을 (정교하게) 생산하는 업체가 제한적이다. 감당이 안 되는 수량이 밀려들고 있다. 생산업체를 이원화하는 등 팬들의 수요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도영이 받을 수익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유니폼 판매는 해당 선수들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수익이 배분됩니다. 배분 기준은 구단별로 다른데, 통상 판매 수익의 5~10%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장당 5000~6000원을 주는 구단도 있습니다. 만약 김도영이 유니폼 1장당 5000원을 인센티브로 받는다면, 이미 올 시즌 연봉(1억 원)을 넘는 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김도영은 '1000만 관중의 기폭제'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과 인기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 기세대로라면,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연소 최우수선수(MVP) 수상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2003년 10월 2일생인 김도영이 올해 MVP를 받으면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타자 최연소 MVP 수상 기록(21세 1개월 14일)을 갈아치우게 되는데요. 또 하나의 '역대 최연소' 기록을 추가하게 될지 남은 기간 이어질 김도영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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