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후보자 "불법 통치자금 당연히 과세"… 노태우 비자금 증여세 불똥

입력 2024-07-17 11:39수정 2024-07-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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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자금이 '불법 통치자금'으로 판단돼 과세를 본격화할 경우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1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2·12 군사쿠데타의 성공에 기반해 조성된 불법 통치자금에 대해서는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가 다시 거론된 바 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현 SK) 측에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300억 원은 1조3800억 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당시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 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 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 원의 자금에 대해 시효·법령 등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과 관련된 추가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확인돼 추징된 액수는 2682억 원 수준이다.

물론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국고 환수는 공소시효 도과 등으로 어렵다. 다만 증여세 과세는 이와 다르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실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 씨에게 흘러 들어간 비자금에 뒤늦게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가 있다.

만약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 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다만 비자금 조성 시기가 30년 넘게 지난 만큼 자금을 추적해 비자금의 실체를 단기간에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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