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100% 유지 조건으로 착수
80% 시간 업무하고 급여는 100%
노동력 모자란 핀란드는 도입 반대
2000년대 들어 유럽 주요국을 시작으로 주 4일제 정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생산성 하락을 우려한 경영계 일부는 반발했다. 그러나 시대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논의는 더 활발해졌다. 속속 시범 운용 국가도 나왔다.
주 32시간 근로(주 4일 근무)를 시범 운용해본 유럽 주요국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난달 27일 유로뉴스24가 나라별로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독일은 지난 2월부터 45개 회사가 참여하는 주 4일제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간은 6개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했다. 이미 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짧은 근로시간을 지녔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독일 평균 근무시간은 매주 34.2시간이다. 기본적으로 근로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주 4일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라 전체는 주 4일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시범 운용의 핵심은 ‘주 5일제와 동일한 급여’다. 주 4일 근무제 정착을 주장하는 독일 노동계는 이를 통해 “직원의 생산성은 물론, 일과 삶의 균형이 바로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2022년 6월부터 6개월 동안 주 4일 근무를 시범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시범 사업은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의 시범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컸다. 영국 기업 61곳, 여기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3300여 명이 대상이었다.
근무시간 단축이 기업 생산성과 근로자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폭넓게 연구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 보스턴 칼리지의 연구진과 영국의 싱크탱크 오토노미를 비롯해 여러 단체가 긍정적 보고서를 속속 내놓기도 했다.
참여기업(61곳)의 92%는 시범운용 결과에 대해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이를 제도화하고 나섰다.
벨기에는 2023년 11월, 이를 법률로 제정했다. 2022년 2월, 벨기에 근로자들은 급여 손실 없이 기존의 5일 대신 4일만 근무하는 시범 사업에 나섰다.
알렉산더 드 크루 벨기에 총리는 주 4일제 도입과 관련해 “벨기에의 노동 시장을 더 유연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더 쉽게 양립할 수 있도록 해당 법이 도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주 4일 근무는 무조건 4일만 근무하는 게 아니다. 직원들이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다. 직원들 스스로 주 4일과 주 5일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된다. 다만 무엇을 골라도 업무량은 동일하다.
유럽의 다른 시범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자, 포르투갈도 뛰어들어 주 4일제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2023년 6월 포르투갈 정부는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39곳의 민간 기업과 손을 잡았다. 노동계와 사회단체도 파트너십을 맺고 동참했다.
무엇보다 포르투갈의 주 4일제 도입은 100-80-100 룰을 따른다. 100% 생산성을 유지하고 80%의 시간만 일을 하며, 100%의 급여를 받는다는 게 골자다.
핀란드는 널리 퍼진 주장에도 불구하고 4일 근무를 도입하지 않았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도 상대적으로 빠른 2019년에 주 4일제를 제안했으나 제도화에는 실패했다.
정부 예산의 집행은 물론, 모자란 노동인력의 수급도 핀란드의 주 4일 근무제 정착에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주 5일제에서 되레 주 6일제로 돌아가는 나라도 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가운데 처음으로 주 6일 근무제를 다시 도입한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가 7월부터 주 6일 근무 가능 국가로 전환됐다”라며 “이는 주 4일제를 추진했거나 검토 중인 세계 추세에 어긋난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의 이번 결정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결정했다. 그가 주도하는 내각은 친기업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