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앓고 있는 열사병...‘기후 격차’까지 동반한다

입력 2024-06-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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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명 이상 인구 섭씨 39.4도에 살고 있어
“기후 재앙, 이미 현실로…에어컨 없는 빈곤층 치명적”

▲인도 뉴델리에서 19일(현지시간) 폭염으로 인한 물부족에 시달리는 주민이 지방정부가 제공한 급수차에서 물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델리/AFP연합뉴스

올해 더 빨리 찾아온 기록적인 불더위에 전 세계가 열사병을 앓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산불이 확산하고 있고, 그리스의 아테네 명소 아크로폴리스는 폐쇄됐다. 지중해 일부 지역에서는 하이킹하던 관광객이 쓰러지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순례 길에서는 무더위로 최소 550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현상을 보도하면서 “이 모든 현상은 당연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WSJ은 “5월 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5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섭씨 39.4도를 넘나드는 온도를 견디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은 1850년 이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2개월 연속 가장 높은 달로 기록됐다. 이번 달 57명의 과학자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의 원인 92%가 인류로부터 기인한 것이며, 향후 50년 중 적어도 한 해는 2023년에 기록된 전 세계적인 폭염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WSJ은 “기후 재앙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며 앞으로 지구상의 약 50억 명의 사람들이 야외에서 햇볕을 쬐면 한 달 동안 건강을 위협하는 극심한 더위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약 6년 뒤인 2030년에 이미 4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고온 기록을 추적하는 기상학자 막시밀리아노 헤레라는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필리핀과 인도 기온이 섭씨 37.7도~48.8도로 치솟은 것은 세계 기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사건”이라고 적었다.

극심한 지구 온난화는 ‘기후 격차’를 동반한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대기과학 교수는 “중동, 파키스탄, 인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름철 불볕더위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습한 공기와 결합해 치명적이다”라며 “이 지역에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 실내 에어컨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는 더 덥고 덜 부유한 국가, 즉 사람들이 에어컨을 살 수 없고 물이 부족하거나 전력망이 불안정한 지역에 더 치명적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자선단체 로이드레지스터재단이 142개국 14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는 기후 위기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답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주체성을 상실하고 무력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드레지스터재단의 낸시 헤이 이사는 “가장 가난한 가구는 회복력이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성별 격차도 이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WSJ는 서방 정치권들이 기후 위기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유럽에서는 최근 유럽연합(EU)의회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총선에서 친환경 정책이 나왔음에도 거센 반발에 무산됐다. 미국에서는 여러 환경 관련 기관 연구원들이 대선 결과에 따라 자신의 업무를 보호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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