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고용불안 한계 도달…“의사들 집단휴진, 살인적 행태”
“더는 집단휴진으로 인한 진료예약 변경에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병원노동자들이 휴진으로 인한 업무 가중을 호소하며 의사들의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집단휴진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은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을 규탄했다.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은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결정과 대학병원 교수들의 동참은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불법적 집단행동”이라며 “환자 진료를 거부하고 해태하는 의사의 행위에 대해 어떤 경우도 협조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진료 거부, 집단휴진이라는 불법적 행위로 환자와 의료노동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간호사들은 2월 말부터 4개월간 병원 내 혼란으로 소진된 상태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업무가 가중됐고, 진료 취소·연기 등 환자 응대 업무까지 늘어나면서다.
김영중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는 간호사 업무 범위를 조정해 지금껏 전공의가 했던 업무를 대체하도록 했다”라며 “의료법상 주사 처지조차 의사의 지시하에 가능했던 이전과는 너무 대조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것인지 혼란 그 자체다”라고 꼬집었다.
김 부위원장은 “4월 30일 첫 교수 집단휴진 당시, 불과 5일 전에 결정을 통보받고 병원은 아수라장이 됐다”라며 “전화 예약실 원무팀과 간호사들, PA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극심한 업무 과중과 감정노동에 노출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는 집단휴진에 대해 진료예약 변경 등의 협조를 하지 않겠다”라며 “진료에는 의사뿐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 모두의 노고가 담긴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를 위한 도구가 아님을 인지하길 바란다”라고 날을 세웠다.
수술 및 진료 축소가 장기화하면서 병원노동자들의 고용 불안도 심화하고 있다.
윤수미 인하대병원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병원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행정직원 등 수많은 노동자가 있는데, 의사들이 의대 증원 반대로 진료와 입원, 수술이 감소하면서 강제 연차휴가 사용,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을 병원 노동자들이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4개월째 이어지는 의정갈등으로 병원노동자들은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의사들의 집단휴진 소식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집단휴진은 강제 휴가와 업무 가중을 가져올 것이며, 환자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 교수들이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최미영 순천향대천안병원 노조 위원장은 “환자들은 며칠만 가만히 있어도 암세포가 몸을 정복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진료예약 날짜가 조금만 앞당겨져도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워한다”며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주 동안 체중이 7kg이나 줄어든 환자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최 위원장은 “작금의 의사들 행태는 가히 살인적”이라며 “병원이 눈앞에 있는데도 들어가 치료할 수 없고, 다른 병원을 찾아 거리를 배회해야 하는 환자들은 도대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