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화는 B급 영화일까?…한국영화사 조망한 영진위 이론 총서

입력 2024-06-13 13:12수정 2024-06-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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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이후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기생충'은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영화가 아니다. '기생충'의 영광 뒤에는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영화인의 땀방울이 있다. 그 땀방울의 역사가 담긴 책이 최근 출간됐다.

13일 영화계에 따르면, 최근 영화진흥위원회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영화사를 여러 방면에서 조명하는 4권의 영화 이론 총서를 발간했다. 총서에 참여한 저자들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영화사를 다채로운 관점에서 조명한다.

에로방화의 은밀한 매력

(영화진흥위원회)

1980년대 주로 제작됐던 '에로영화'는 미학적 가치가 없는 B급 영화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스크린(Screen·영화), 스포츠(Sport), 섹스(Sex)에 의한 우민정책) 아래 양산됐던 야한영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근데 과연 그럴까? 저자 이윤종은 에로영화가 한국영화산업을 퇴행시켰다기보다 정치적ㆍ문화적 진보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진보적인 영화였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애마부인'(1982)과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1983) 등의 영화들을 통해 한국 에로영화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발굴한다.

소리를 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와 문학의 차이점 중 하나가 '이미지'다. 영화에는 이미지가 있고, 문학에는 이미지가 없다. 사람들은 움직이는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영화에 매료된다.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소리다. 초기 무성영화를 제외하면, 영화는 이미지와 소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에 천착하고, 골몰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녹음'에 방점을 찍는다. 저자 강봉성은 촬영 현장, 편집 등 후반 작업에서 녹음이 영화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전한다.

근현대 한국영화의 마인드 스케이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비디오 재생법을 알려준다. 아버지가 잘 이해하지 못하자 주인공은 화를 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이 진실로 보는 것은 주인공의 눈물이 아니다. 아버지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하는 아들의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나와 타인의 마음이 조심스럽게 교차하는 장소다. 저자 오영숙은 한국영화 속 마음 풍경들을 추적해 그것의 시대적 의미를 성찰한다.

시네필의 시대

(영화진흥위원회)

시네필(cinéphile)과 문청(文靑)의 차이를 농담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네필은 영화에 별점을 매기지만, 문청은 문학에 별점을 매기지 않는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종종 'GV 빌런'들이 나타나 감독을 향해 공격적인 질문을 한다. 반면 작가와의 대화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그만큼 영화가 뜨거운 예술이라는 게 호사가들의 설명이다. 저자 이선주는 시네필 문화를 통해 영화 잡지, 시네마테크, 예술영화, 영화 교육 등의 이슈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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