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네이버 밀어내기는 시작일 뿐이다

입력 2024-06-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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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2019년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추진했던 일본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이번 타깃은 '데이터'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네이버에 라인야후 경영권 포기를 압박하고 있지만, 실상은 AI 산업에서 뒤처진 일본의 인공지능(AI) 패권 장악을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자국 보호주의 바람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총성 없는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에서 데이터로 불이 붙었다. AI, 플랫폼, 데이터 등 ICT(정보통신) 기술이 국가 간 분쟁의 중심에 선 이유는 이들 산업이 국가의 경제·안보·외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자국민의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중국 쇼트폼 SNS 서비스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현재까지 틱톡 사용자의 데이터가 중국 정부로 넘어갔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틱톡을 미국 기업에 판매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일본 정부도 라인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자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나 이례적으로 행정지도를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한국 정부는 알리·테무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뿐 별다른 액션이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 주권과 연관된 유사한 사태가 한·미·일 3국에서 벌어졌지만, 각국 정부의 대응은 상이했다. 미국과 일본은 자국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해외 기업의 데이터 유출뿐만 아니라 수집조차 차단하는 강경한 정책을 펴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외교전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데이터·AI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경쟁을 뛰어들고 있다. 국내 AI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AI 기본법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정쟁에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

영원할 것 같았던 '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새로운 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애플이 AI 패권 경쟁에서 밀려나는 데에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치권의 판단 착오가 계속된다면 그동안 사수해온 자국 플랫폼뿐만 아니라 데이터 주권마저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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