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논란에 남발되는 소송…입주자에게도 득보다 실

입력 2024-06-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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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하자심사를 한 사건과 하자 판정 건수 현황. (자료제공=국토교통부)

아파트 하자 문제를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관련 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단순한 경미 하자까지 무분별하게 소송 대상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하자 보수는 늦어지고 비용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브로커들까지 개입해 소송을 유도하면서 입주민과 건설사들의 시간·경제적 손실만 키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아파트 하자 문제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자'소송' 자체가 거의 없었다면, 최근 3~4년 사이에는 급격히 늘었다"며 "기존에는 신축 아파트 10개 단지 중에 하자소송을 하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2배 이상 늘어났다. 20%는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따르면 하심위가 처리한 하자분쟁은 최근 10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 2014년 2000여 건 수준이었던 하자분쟁사건은 2019년 1월부터 2024년 2월 사이 연평균 4300여 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자소송 시장이 커졌다는 판단에 하자점검업체, 하자소송 브로커들까지 개입해 규모를 더욱 키우고 있다. 금호건설은 최근 기장웨이브리즈아파트 입주자에게 '하자소송 관련 안내문'을 통해 하자소송 브로커를 유의하라고 전했다. 금호건설은 안내문에서 해당 단지에 하자소송 전문 브로커가 개입돼 하자소송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자소송 시 재산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다만 금호건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하자는 경미한 수준의 하자로, 안전상 문제가 있는 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브로커들이 소송 사건을 진행한다고 하고서는 비용을 착복하는 경우도 있다"며 "브로커들이 법무법인과 함께 합법적으로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미리 소송비용을 입주민에게 일부 받은 뒤 법무법인과는 협의가 안 됐다고 말하며 사건 진행이 되지 않는 피해 사례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적출업체'라고 부르는 하자점검업체들이 사전점검 과정에서 100개, 200개 단위로 하자거리를 잡아낸다"며 "하자라고는 하지만, 사실 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단순 체크사항이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까지 하자로 보고 '숫자 채우기'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하심위가 올 2월까지 최근 5년간 하자 판정 심사를 한 1만1803건 중 실제 하자로 판정받은 비율은 전체의 55%(6483건) 수준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건수가 하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물론 하자가 있었을 때 시공사와의 협의가 쉽지 않다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입주민의 권리이자, 재산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문제는 무분별한 소송 제기로 입주민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한 내 하자 보수 접수를 했다면 2개월 안에는 처리가 되지만 소송은 1심에서 그치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소송이 진행될 경우 정상적인 하자보수가 중단되는 만큼 입주민은 장기간 불편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 소재 A 아파트는 지난 2020년 2월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보수 비용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판결은 2년 6개월이 지난 2022년 8월에야 받을 수 있었다. 1심에서 그치지 않는다면 소송 기간은 더 길어진다. 대전광역시 B아파트는 2014년 하자소송을 제기했으나 한 차례 항소 이후 2018년 1월 판결을 받았다.

황석현 법무법인 화인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입주민들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하자 감정 후 산출 비용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 하자 적출업체 수수료를 모두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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